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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김창인의 Names of Beauty


창인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름다움을 개념적으로 정의할 때와 실제로 느낄 때 거리가 좀 있기는 해요. 느낌이라는 건 자신도 모르게 확 끼쳐오는 거잖아요. 보통 산이나 동물, 자연 풍경 같은 경치를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는 편이에요.

반면 아름다움에 대한 제 나름의 규정은 ‘변하지 않는 것’이에요. 학교를 나오기 전까지 철학을 전공했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웃음) 제가 생각하는 철학은 결국 고정불변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는 과정이거든요. 그게 현실에서 존재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고민하고 발견해나가려는 노력 자체를 철학의 역사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에요. 만약 그런 고정불변한 진리가 없다 하더라도 그걸 있다고 믿으며 추구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보다 아름다운 곳이 되지 않는가 생각해요.

그리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느낀 점이, 다들 참 많이 변한다는 거예요. 물론 좋은 변화도 있지만 보통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태도나 신념을 바꾼다거나 하는 일들이죠. 쉽게 말해서 거짓말이나 변질인데요. 그런 것들에 대한 염증이나 거부감이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변하지 않는 무엇이나 그걸 추구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게 됐고 아름다움도 느끼게 된 거죠.

영원불변한 것에 대한 동경과 존경이라는 말씀이시죠. 그게 아름다움의 일면일 수도 있을 것이고.

평소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거든요. 고지식하고 원칙적이고. 제가 별로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일지도 모르죠. 사실은 뭐가 아름답다고 느낄 때보다는 무엇이 추하다는 느끼는 때가 많아요.

결국 제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추한 것과는 다른 무엇이지 않을까 싶어요. 추한 것은, 어쨌든 아름다운 건 아닐 테니까요. 가능하다면 추한 것과 최대한 거리가 있는 것을 최소한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창인 씨 개인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2014년에 다니던 대학교에서 자퇴한 결정도 어쩌면 그런 변질, 말하자면 추한 것에 대한 거부라고 봐도 좋을까요?

사실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이 많았어요. 제가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할 때에는 물론 그 행동을 통해서 뭔가 변화가 있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었어요. 일단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기도 했고요. 화도 났고.

제가 다니던 대학이, 더 이상 대학이 가진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자퇴를 선택했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그 안에서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사정들이 섞여 있었어요.

결국 못 견뎌서 나왔다는 말도 맞는데, 대학이 변해가는 과정 자체가 못 견딜 만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학이 저에게 한 일을 견디지 못했다고 하는 쪽이 더 사실에 가까울 거예요.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던지 하는 일들이요. 학생의 입을 막고 찍어 누르는 태도 같은 것들.

그렇게 자퇴를 하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하신 거죠. ‘청년담론’을 구성하거나 청년과 사회, 정치에 대한 책을 쓰시고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런 활동을 통해서 창인 씨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결국 창인 씨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단순하게 답변드리기는 어렵네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과정이거든요. 자퇴를 하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쉬기도 했었고 먹고 살 걱정하면서 토익학원도 다녀봤어요. 그 즈음에 인터뷰를 몇 번 했었는데 한 번은 대학생들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면서 제게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겠냐 묻었던 적이 있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참 부끄럽더라고요. 할 말이 별로 없기도 했고 그분들은 한창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저는 토익학원이나 다니고 있었으니까요. 그 이후에 학원을 그만두고 뜻이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가 나름 대학의 기업화 문제에 맞서 싸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다시 해보자는 심정으로 교수님이나 전문가 분들을 만나서 말씀을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나온 책이 <괴물이 된 대학>이에요. 그 책을 쓰는 과정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가치나 생각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제 막 서점에 깔린 새 책도 그렇고 지금 진행하는 팟캐스트도 그렇고 그 연장선상인 셈이에요.

새 책 이야기를 안 여쭤볼 수가 없겠는데요.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 어떤 내용인가요?

일단 <청년담론>의 이름으로 나오는 첫 번째 책이에요. 친구 두 명과 같이 썼고요. 낡은 진보에서 새로운 진보로 세대교체를 사상적인 부분에서 주장하는 내용이에요. 여기서 낡은 진보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사고라고 보고 있고요. 이 책은 그런 사고들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청년의 시선에서 느낀 바를 담은 거예요.

쉽게 말하자면 이런 비유를 많이 하는데요. 이를테면 보통 진보 진영에서 성소수자 이야기를 할 때 정상이나 비정상이 어딨냐고들 하잖아요. 그런 구분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이것이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하는 철학적 사고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진리나 정상이 없는 세계니까.

제 생각은 달라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성소수자가 정상의 범주로 들어와야 한다는 거죠. 나아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는 태도가 옳은 것이지, 그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하고 모두가 맞는 말이야, 라고 선을 지워버리는 방법이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믿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다양성 담론에 이런 이야기가 많죠. 물론 저 역시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양성이라는 건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되는 거라고 봐요. 인간은 원래 다양하고, 각기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성은 생겨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을 억압하는 것이 문제지, 애써 다양해지기 위해서 마치 모두가 다른 생각과 모습을 가지는 것이 올바른 것처럼 강박을 가지며 추구해야할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에요.

지금 세상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이 지배를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은 다수를 갈라놓는 거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면 다수는 다수가 아닌 소수의 집합이 돼요. 이런 지배 원리 속에서 다수는 마냥 분열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다른 다양한 생각 속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고 같이 나아갈 수 있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분열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쓴 책이에요.

합법주의나, 민주주의, 비폭력주의 같은 단어를 맹신하면 결국 이것들도 사고를 가두는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넘어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이야기해보려고 했어요.

단기적으로는 어떤 활동에 집중하실 생각이신가요? 이제 새해인데요.

사회나 정치 문제에 관심이 있으니까 이쪽 이야기를 계속 해보려고 해요. 요즘 들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느냐를 자주 고민해요. 청년이나 젊은이들은 늘 있었는데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가 실은 기성세대의 그것을 완전히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지 않나 싶어요.

청년 안에서도 보다 큰 수준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일단은 팟캐스트도 시작했고 책도 쓰는 셈인데요. 최근에는 영상도 시작해보려고 해요. 내년에는 콘텐츠화에 좀 더 집중해 볼 계획이에요. 더 고민해봐야죠.

결국 제가 느끼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건 변질이 없는 사회인 셈인데, 매번 사람이 변했다고 탓할 수만은 없거든요. 중요한 건 변하지 않아도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해나가면서 그런 세상을 꿈꿔보는 거죠.

결국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이긴다고 믿어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새로운 것을 갈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더 많은 분들과 고민하고 공유하면 좋겠어요.

* <청년, 리버럴과 싸우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 김창인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이상한 청년들의 고급진 상식>은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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