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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박정은의 Names of Beauty


정은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먼저 ‘나름’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우리가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걸 마음에 들어 라고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끔찍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생각하기 나름, 느끼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뭔가 찾아 다니거나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일상에서 느끼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살아나가면서 비슷한 경우를 맞이하곤 하잖아요.

그 때도 그때그때 느끼는 바가 다 달라요. 당시의 마음가짐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서요. 그렇게 저라는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도 매번 각기 다르다면 아름다움이란 건 특별히 정해진 형태나 모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대할지 그 나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름다움이란 사람마다 다르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정은 씨께서 최근에 아름다움을 느끼셨던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네요.

얼마 전에 친 오빠가 결혼을 했어요. 저희 가족이 새로운 사람들을 가족으로 맞아들이고 행사를 준비한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 과정이 꽤 복잡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꿈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고요. 식을 진행하는 내내 굉장히 평화로운 분위기여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평화로움이라. 그럼 그것이 정은 씨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들의 보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제가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들은 실은 대단히 평범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무언가가 특이하고 도드라져서 아름다움을 느낀 경우는 거의 없어요.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어느 날 문득 새로운 계절이 훅 끼쳐오는 순간들이라든지.

예전에 회사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해주신 기억이 나요. 출퇴근 하면서 하늘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계절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느껴보지 못한다는 말씀이었는데, 그 뒤론 저도 한두 번씩 의식적으로 하늘을 보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그럼 여름은 어떻게 오는지, 가을은 어디로 가는지 하는 것들이 보이기도 해요.

이런 순간들을 아주 특이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이런 작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이 결국 삶을 이루는 거잖아요. 우리 삶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이렇게 근처에 있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단하고 예외적인 순간들만 아름다운 거라면 산다는 게 배로 힘들어 질 것도 같고요. 그렇지만 사실 일상이 언제나 아름답기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은 씨는 평범한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제가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꽤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다음엔 뭘 그릴까 생각하면서 주위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관찰을 하는 셈인데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자세히 바라보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요. 꼭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울 필요도 없고 그냥 손가는 대로 일단 한번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 특히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자주 느끼는데요. 물론 그 친구들도 자기 나름의 삶의 무게와 (웃음) 걱정거리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마냥 천진하게만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한 때는 저런 시절이 있었지’ 싶으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한때는 아이들을 많이 그리기도 했었어요. 그럼 스스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리면서 행복하거든요.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그 심정을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보려고도 해요. 그림에 감정들을 버린다고 해야 하나. 그럼 스트레스 그 자체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기도 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별 것 아닌 일상조차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알 수 있게도 되거든요. 그렇게 훌훌 털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도 있어요.

직업으로는 마케팅 일을 하는데, 이것도 사실 관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주위를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은 뭘 좋아하는지 살펴봐야 하니까요. 그렇게 억지로든 자연스럽게든 뭔가를 진득하게 응시하는 태도는 여러모로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취미는 어떻게 가지게 되신 건가요?

그냥 그리는 동안이 평화롭기도 하고 집중할 수도 있어서 좋았어요. 결과물이 남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제 모습 자체가 아름다울 수도 있지 않을까 느 껴질 때도 있어요. 그것도 참 나름인 것 같아요.

누군가 저를 보면 그저 평범하고 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들을 보고 저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상황, 어떤 상황에서는 누구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요.

요즘 특히 주변에 취업 준비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저도 그랬지만, 당장은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되는 것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때에도 스스로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각하기 나름인 거죠. 스스로를 취업과는 상관없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되는 법이니까요.

별 것 아닌 일상 같아 보여도 사실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얼마든지 느낄 수 있거든요.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바쁘고 뭔가에 눌리고 찔리다 보니 단지 달리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을 봐도 충분히 잘 살고 있고 가진 장점들이 많은데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가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게 안타깝죠. 반대로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또 나름의 행복을 느끼고요.

그래서 꼭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처지는 다다른 거니까요. 그렇지만 스스로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는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번쯤은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보면서요. 그걸 직접 그려볼 수도 있겠죠.

감사합니다. 그림 그리는 취미라, 당장 한번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마지막 질문 드리면서 대화를 마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마지막 말씀을 남기셔야 한다면, 정은 씨는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지요.

지금 이 순간은 딱 이 순간뿐인 것 같아요.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지금 느끼지 않으면 계속 흘려 보낼 수밖에 없는 셈이잖아요. 너무 힘들고 바빠서 지칠 때는 그냥 다 내려놓고 한번 이 순간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빨리 달릴수록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저 지나쳐야 하는 거니까요. 아름다움을 찾겠다고 굳이 어딜 찾아갈 필요도 없어요. 그냥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언제나 아름다움은 발견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박정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creworld07.

#일상 #평범함 #그림 #관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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