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조근상의 Names of Beauty

March 17, 2017

 

근상 씨가 느끼는 아름다움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 ‘어울림’을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할 때 흔히 추잡하다는 말을 하잖아요. 추잡하다는 말은 추하고 잡스럽다는 뜻이고 궁극적으로는 아름답지 않다는 의미니까, 추잡스럽지 않은 것들이 곧 아름다움의 영역에 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전체적으로 어울림이라는 속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거든요. 예를 들어서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예전엔 그냥 예쁜 것을 떠올렸어요. 얼굴이 조각같이 반듯하고 몸매가 좋아서 정말 예쁜 여자의 이미지.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요. 그런 것도 물론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매력이 있어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 매력이라고 하는 건 한 사람의 외모나 말투, 성격, 분위기 같은 게 총체적으로 어울릴 때 느껴지는 무언가가 아닌가 싶어요. 단순히 외양이 예쁜 것을 넘어서서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이나 말 같은 게 종합적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모두에겐 각자의 정체성이 있고 그걸 잘 조정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 줄 아는 사람, 나아가 스스로를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가꿀 줄 아는 사람을 매력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최근에 아름다움을 느낀 대상은 무엇이었나요?

  

지난겨울에 혼자서 유럽을 다녀왔거든요. 두 달 동안 무전여행으로요. 거의 돈 한 푼 없이 일단 떠난 거였는데, 그 여행을 하면서 가치관이랄지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게 많이 바뀌었어요. 아름다움을 느끼는 태도나 세상을 보는 시선 자체가 많이 변했는데, 한 번은 이런 경험이 있었어요.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미화원분들이 남성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프랑스에서 여성 환경미화원을 보게 된 거예요. 처음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여태까지는 환경미화원이면 다 남자들, 아저씨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분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아주 기분 좋게 일하고 계시더라고요.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 일을 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일하고 계신 거예요. 일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까 그게 어쩌면 저분의 진짜 모습 같기도 하고, 낯선 광경인데도 그분과 그분의 동작 같은 것들이 굉장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모습이 아름답고 또 멋져 보였던 게 기억나요.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시간이 쌓이고 쌓여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어느 사람이 한순간에 싹 변해서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거나 그런 척을 할 수는 있겠죠. 이 느낌이라는 게 참 이상한 건데, 매일 같이 클럽 다니고 놀러 다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책을 읽겠다고 책장을 열어도 오랫동안 책을 읽어온 사람의 느낌을 내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이유로 제가 아름다움이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절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추잡한 짓 하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요. (웃음) 암튼 그런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매일 클럽 다니던 사람도 오랫동안 책을 읽는 시간을 축적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독서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결국 어울림은 시간이나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형성되는 게 아닐까. 한 순간에 딱 하고 이루어지는 건 아닐 거라고 믿어요. 예전에 TV에서 봤던 내용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왜 미스코리아 같은 걸 심사할 때 ‘진선미’로 등수를 매기잖아요. 그런데 미美가 3등인 이유가 이런 거래요. 예쁘다는 특성은 상대적으로 타고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노력과 정성으로 갈고 닦을 수 있는 진심이나 선함을 더 인정해주는 거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대개 시간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물론 타고 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럼 근상 씨는 스스로 어디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고민이에요. (웃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저는 지금이 제 인생의 어떤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저를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고 특히나 전역하고 이번에 복학하면서는 다시 사춘기가 온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직 제가 딱 어떤 사람이라고 확답을 하기는 좀 힘든데, 바라건대는 어디에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어느 자리에 있어도 툭 튀어 보이지 않고 스며드는 사람이랄까요. 안 좋게 이야기하면 있어도 티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려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해요. 전에는 누구랑 있으면 제 말을 먼저 하려고 나서는 편이었다면 요새는 달라요. 말하는 것보다도 제대로 듣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를 만날 때도 그렇고 최근에는 듣는 연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울림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번에 여행하면서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넌 이 도시가 마음에 들어?’ 같은 것들이요. 저는 최대한 가감 없이 제 느낌을 이야기해주는 쪽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도시의 호불호를 나누는 기준도 그 도시를 이루고 있는 것들 사이의 어울림에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니까 도시라는 건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진 공간이잖아요. 예전의 것과 새로운 것들이 어떤 식으로 공존하는지가 아름다운 도시의 요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유럽은 그런 게 많더라고요. 서울에서는 잘 있던 가게가 금방 없어지고 그 자리에 전혀 다른 가게가 들어오곤 하잖아요. 그런 일이 적지 않고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건물 자체가 오래되었더라도 안쪽을 개조해서 살기도 하고, 여러모로 최대한 기존의 것들을 보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일단 시간을 한 번에 털어낸다는 느낌 없이, 천천히 같이 흘러간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그런 시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자연히 그 공간에 익숙해지고 어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할 때도 일부러 대도시가 아니라 작은 마을을 위주로 찾아다니려고 했어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일단 그 주변과 어울릴 시간이 필요한데 도시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작은 도시에서는 오히려 그 지방의 역사나 묵힌 시간들도 같이 느낄 수 있죠. 저 이전에 다녀간 사람들의 손때를 보거나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요. 실제로 가장 좋았던 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파리나 마드리드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들이 먼저 생각나요.

 

어울리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은 그럼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솔직히 평소 아름다움에 대해 집중하고 생각해볼 시간을 갖는 편은 아니거든요. 오늘 대화를 준비하면서 돌아본 거였는데 확실히 정의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늘 마음속에는 어떤 윤곽이 있었던 거 같기는 해요. 제가 아름다움을 느껴왔던 것들이 결국 어울림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본 거예요.

 

물론 화려한 것도 아름다울 수 있죠.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면 꼭 반례가 생각나고. (웃음) 아직도 그렇게 계속 저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것도 같아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기면서 마무리할까요.

 

늘 하는 생각인데요. 큰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 좌우명이 ‘어떻게든 되겠지’거든요. 가만 들으면 무책임하게 들리기도 하죠. 뭔가 던져버리는 느낌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뜻으로 품고 사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생각을 해요. 아무리 걱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결과는 결과대로 나오기 마련이라고요. 잘 될 일이라면 옆에서 아무리 방해하고 질투해도 잘 되고요, 아닌 일은 결국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으로 저는 뭔가 결정할 때나 닥쳐왔을 때 그냥 편하게 시작해요. 여행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일단 한번 해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거예요. 앞으로도 큰 걱정은 없어요. 매 순간 즐기고 해보는 게 중요한 거죠. 뭐, 어떻게든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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