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와 전수현의 Names of Beauty

February 20, 2017

 

수현 씨는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헛짓거리를 굉장히 많이 하는 사람인데, 예를 들면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의심하자 집착하고 파괴하자 이딴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야 창작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관습대로 느끼고 생각하면 뭔가를 만들어 낼 필요를 못 느끼니까.

  

그런데 그걸 의식하고 실천하니까 아주 훌륭하게 제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파탄내기 시작했어요. 저는 주로 팔짱을 끼고 “흠...왜?” 이러면서 정작 작업은 안하고 까기 쉬운 것만 깠던거 같아요. 전 남자친구들이 저를 끔찍하게 기억할까봐 자기 반성을 한다고 하는데 뭐 연애 안 한다고 다짐하고요. 이런 제게 아름다움이 뭘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여러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저는 움직이지 않는 것들이나 소통 할 수 없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제게 뭔가를 말하고 있다, 혹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 혹은 믿을 때가 있어요. 의심-집착-파괴라는 이성적 판단들이 사라지는 것 같고 저를 압도 시켰다는 인상을 주는 경험이요.

    

오빠가 제 작품을 보러 학교에 온 날 같이 저녁을 먹는데 우연히 본 해가 지는 하늘이 특별해 보이는 거예요.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본 것처럼 하늘이 더욱더 푸르러 보이고. 그때 “아, 죽은 엄마가 우리를 보고 있다”라고 느꼈어요. 그때는 내가 착각하고 있구나, 이입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그 순간의 기억을 저는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세를 믿거나 종교를 가지진 않았는데 죽은 사람이 죽어있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아름다움과 관련해 자주 떠올리는 경험이나 장면이 있으신가요?

  

뭔가를 쓰려고 앉으면 운전하다가 스쳐지나 가듯이 본 큰 달, 밤 늦게 가로등 밑에 비춰진 의자, 폐허에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 등산로에 쌓여진 돌탑들, 뭐 그런 것들을 자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희 집 강아지를 만나게 된 경험도 자주 생각하는데요.

  

어느 날 떠돌이 강아지가 저희 집에 갑자기 들어왔어요. 가족들에게 아주 중요한 기념일이었고 흔하지 않은 말라뮤트가 1주일 동안 밥을 주지도 않았는데 저희 집 마당에 있었던 거예요. 자연스레 엄마가 가족 모두에게 보내준 거라고 믿게 되었어요.

 

강아지 이름이 마이크인데 좀 자폐적이에요. 가족들은 “뭐 눈에 뭐 만 보인다더니”라고 제가 오버한다고 할지 몰라요. 그런데 마이크는 주인이고 뭐고 없고요. 자기가 맡고 싶은 냄새만 맡고 마킹만 해요.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도 모르는 저희 가족들은 마이크가 마킹을 멈추면 우루루 다가가서 쓰다듬어 줄 수 있을 때 등, 머리, 가슴, 배 실컷 쓰다듬어 줘요. 마이크는 자기가 간식 값은 했다 싶으면 자기 갈 길을 다시 가죠.

 

저희 아빠는 항상 마이크가 언젠가는 떠나버릴 눈을 가지고 있대요. 아빠가 떠났으면 좋겠네요. 농담 아닌 농담이에요. 비록 간식으로 저희가 유혹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마이크 멋진 거 같아요. 저는 그런 마이크를 바라보고 있을 때 행복하고 아름답고. 그래서 가족들과 단체 티셔츠를 맞출 도안도 만들고 사람들에게 줄 새해 카드도 만들었었어요.

 

 Mike forever forever / graphic / 2016

 

 

 

마이크와 함께라면 두려울 것이 없어 / graphic / 2017

 

 

 

 

이번에 전시하신 졸업 작품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볼까요. 바닥에 모래와 자갈을 깔아놓고 석상들을 배치해놓으셨죠. 주변으론 현판 세 개가 놓여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각각 ‘의심하라’, ‘집착하라’, ‘파괴하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들이었어요.

 

가상의 종교를 만들었어요. 의심, 집착, 파괴 라는 세 단계를 거쳐 스스로 자망계(돌이 되어 영원을 누림)에 다다른 어떤 선인들의 이야기와 자망계에 다다르려는 현존하는 교인들이 꿈꾸는 이상세계를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각각의 설치물들은 천국의 부귀영화 느낌이 아닌 황폐한 테마파크 같은 인상을 남기도록 했어요.

 

죽어버리는 인간들 보다 차라리 돌이 되기를 바라고, 돌이 되기 위해 입과 귀와 눈을 닫아 더더욱 자폐에 닿으려는 사람들, 자신을 해하고 벌 받으려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그 귀엔 작품을 2부로 이어서 종교 뿐만 아니라 그런 과정을 승계 하는 사이비 과학자에 관한 이야기도 덧붙였어요. 그것과 다른 작업들은 홈페이지에 따로 모아뒀습니다.

 

 

자폐의 나라 / installation / mixed media / 2016

 

 

 

3 / mixed media / 2016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면서 대화를 마칠까 하는데요. 수현 씨는 만약 삶에서 마지막 말을 해야 하는 때가 온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 순간이 지금이라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그럴려면 마지막을 인정해야 하잖아요. 하루에도 그렇게 죽고 싶다고 자주 말하는 데도 제가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한다는 게 두렵고 분하네요. 딱히 아무런 말도 안 남길거 같아요. 

 

 

* 전수현의 다른 작업은 여기에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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