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 OF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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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박한준의 Names of Beauty

February 14, 2017

 

한준 씨는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대화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말씀해주신 분들 인터뷰를 읽어 봤거든요. 다들 나름대로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하고 뭔가 자신의 것을 찾아내셨더라고요. 신념이랄까, 철학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고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스물 중반 정도 살면서 사실 스스로 개성이나 ‘나만의 것’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다고 느껴왔거든요. 말하자면 저만의 색깔이 없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 때문인지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더 어려웠나 봐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장편이 있잖아요. 내용은 딱히 관련이 없지만 캐릭터의 설정이나 묘사에 참 공감을 많이 했던 책이었어요.

  

소설 속 주인공 쓰쿠루의 단짝 친구들은 다들 자신만의 색이 있어요. 이름마저도 한국어로 치면 빨강(아카), 파랑(아오), 하양(시로), 검정(쿠로)일 정도이죠. 각자의 느낌이나 특징, 개성들도 분명하고. 오직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만 너무나 평범하고 밋밋한 거예요. 그래서 소외감도 느끼고. 그런 점에 있어서 저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스스로를 돌아보면 굉장히 평범하다는 느낌도 들고 한편으로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부분도 많아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외로움에 갇히는 건 싫어하는 식의. 어떤 모순 같은 게 제 안에 있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제가 회색 같은, 거의 무無색에 가까운 회색이지 않을까 생각해본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들이 제 콤플렉스가 되고, 또 그렇게 한번 콤플렉스라고 생각해버리고 나서는 더욱 의식하게 되고요.

  

뭐든 한번 선언한 다음부터는 그것대로 마음이 따라 움직이는 때가 있죠.

  

네. 제가 의류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아무래도 옷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같이 일하다 보면 으레 좋아하는 브랜드가 뭔지, 어떤 스타일을 즐겨 입는지를 서로 묻곤 하거든요. 들어 보면 각자 다양하게 뚜렷한 취향이 있는데 저는 그냥 기분에 따라 입고 마는 편인 거예요.      

  

옷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호를 유추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것에 있어서도 별 개성이 없으니까 괜히 위축되기도 하고 그래요. 하다못해 어디 홈페이지라도 가입하려고 취미나 특기를 적으려고 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대충 제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스스로 시달리고 있는 편이기 때문인지 이런 저의 모습과는 다른 것들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곤 해요. 동경을 하게 되죠. 개성이 뚜렷하다든지,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이 분명하다든지 혹은 주장이 강한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고 강해보이는 거죠. 제가 가지지 못한 면이니까, 어쩌면 그런 모습들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는 뭐 좋은 게 좋은 거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하기도 싫고 하거든요. 물론 그게 나쁘고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덜 떨어진다는 건 아니에요. 둥글게 사는 것도 장점이 있겠죠. 그렇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가 갖지 못한 것들을 동경하는 법이잖아요.

    

그럼 한준 씨는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나요?

  

음, 사실 군대에서 어떤 계기가 생기긴 했어요. 제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준 일이었는데요. 복무하던 부대에 선임 한 명이 있었거든요. 부대원 모두가 그 선임을 좋아했어요. 간부는 물론이고 선·후임 할 거 없이 모두에게 인정받은 선임이었어요.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뒷말이 나오기 마련일 텐데, 그 분은 그런 게 없었어요.

 

왜 그럴까 하고 가만히 보니까 그 선임이야말로 둥근 성격의 사람이었던 거예요. 자기주장은 강하지 않지만 모두를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그런 사람일수록 어떤 일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분 역시 활발하게 나서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도 언제나 칭찬을 듣고, 좋은 말을 듣는 거죠.

 

그 선임에게 배운 것이 바로 그런 점이었어요. 꼭 특출나게 드러나도록 뭔가 하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조용히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것도 꽤 괜찮겠구나. 그때부터는 조금씩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어디 딱 하고 도드라지지 않더라도 그 분위기나 장소에 스며들어서 전체적으로 공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사실 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그냥 지금 생각에는 그래도 여전히 개성 강하고 색깔이 진한 사람이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긴 하니까요. 그러나 생각이라는 건 언제나 변하잖아요. 저도 점점 어느 방향으로든 변하고 있고요. 그 중간 어디쯤인 것 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자기 색이 강하지 않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하나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회색도 색깔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이런 제 성격도 개성은 개성이니까요. 물론 못 가진 것들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쉽사리 사그라 들지는 않겠죠. 그렇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더 볼 만한 것으로 만들어 보려는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런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그렇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렇고, 가질 수 없는 걸 욕망하느라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거요. 동경은 동경으로 끝나는 거고 이제는 제 아름다움을 찾아야죠.

 

그러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일단은 많이 알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같이 있는 사람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지금 내가 대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보다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겠죠.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고 믿어요. 주관을 가지고 내 길을 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랄까요. 조급하게 매번 더 멋져 보이는 걸 쫓아다니지 말고 침착하게 제가 갈 길을 더듬어 보고 한 발을 떼는 태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쪽에서는 좀 일가견이 있는 게, 맘 편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거든요. 스스로도 느끼는 부분인데,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자고 나면 다 괜찮아져요. (웃음) 그게 좀 무심해보일 수도 있지만 평온하달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좋게 생각하다보면 다 괜찮아지지 않을까. 열정이 없어 보이려나요.

 

아무튼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지금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에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를 지켜본다는 게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인 건 알아요. 동경과 자신 사이에서 매번 갈등하고 흔들리기도 하겠죠. 그렇지만 일단 그 길을 걸어보기로 한 이상 넘어지더라도 다시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렇다고,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기도 하고요.

 

정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한준 씨, 응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보면서 대화를 마칠까요. 지금 이 순간 삶의 마지막 말을 해야 한다면, 어떤 말로 지금까지의 모든 말들을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사실 좀 둥근 성격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아요. 열정이 없다고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도 나름 열심이거든요. 이 순간 삶의 마지막 말을 한다면 이런 저의 마음을 말하고 가야겠죠. 예전에 누군가 자신의 묘비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본 기억이 나요. ‘나는 매순간 진심이었다’고. 저도 그래요. 마지막 순간이라면 전, “매순간 진심이었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 박한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one1h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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