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순간들을 사랑하는 양해린의 Names of Beauty

January 14, 2017

 

해린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적어도 습관적으로 하진 않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처음엔 참 어렵게 다가왔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읽어보기도 했는데요. 다들 각자만의 아름다움에 대한 철학이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무리 고민해도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만의 철학이라기보다 살면서 느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이렇게 접근하니 저도 알게 모르게 유사한 순간들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최근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겪은 일이에요. 학기가 끝나고 혼자서 뉴욕으로 여행을 떠날 기회가 있었어요. 뉴욕에는 공원이 정말 많았는데요. 곳곳에 있는 공원을 한가로이 걷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혼자 거닐며 이것저것 보다 보면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거든요. 동행이 있을 때와 다르게 온전히 제 생각에 집중할 수도 있었고요.

  

한번은 문득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미국 공원은 연인보다도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아기와 다정하게 장난을 치는 아버지, 버스킹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노부부의 모습들. 가족들이 모여 화목하게 시간을 보내고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그런 데서 아름다움을 느끼셨다면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잖아요. 경제적인 성공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고 명예나 아름다움을 꼽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저 같은 경우는 큰 성공보다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 것 같아요.

  

미국에서 본 단란한 모습들에 저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 간의 관계를 투영해서 바라본 것 같아요. 제가 말하고 싶은 아름다움은 특별한 사건이나 경험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오랜 시간 내게 주어진 사랑하는 사람들과 쌓아 온 유대 속에 서려있는 거죠.

  

지금 제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인 친구들이에요.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익숙한 사람들과 깊게 쌓은 관계가 더 편한 사람이거든요.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나중에 늙어서도 위, 아래, 옆집에 다같이 모여서 살자고. (웃음) 그만큼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깊은 교류를 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는 그 사람의 가치관이 작용한다고 봐요.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대상이 지향하는 삶이나 가치와 닮아있다면 자연스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결국 소중하기에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소중한 거죠.

  

아름다움의 유무는 특별한 대상이나 사건보다는 발견하는 사람의 몫이군요.

 

맞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다른 것 같아요. 흔히들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미술작품과 예술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는 제가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이것도 미국 여행을 하던 중 있었던 일인데요. 혼자 가는 여행이니 만큼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많이 가보고자 계획을 세웠어요. 혼자 예술작품을 마주한다면 아무런 방해 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막상 가보니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솔직한 말로 큰 감흥도 없었고 황홀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예술은 아직 제게 어려워요. 무엇을 보고, 어떤 부분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요. 이렇듯 저는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에 더 마음이 끌려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그 의미나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아름다울 뿐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부탁드릴게요.

 

삶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한 채로 살고 싶어요. 시간의 흐름 속에 마냥 몸을 맡기기보다는 소중한 가치를 항상 생각하며 사는 거죠. 그러면 살다가 그런 것들을 마주할 때 더 감사하고 벅찬 감정을 누릴 수 있거든요. 자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수반된 삶이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울 것 같네요.

 

* 양해린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hi_r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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