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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기억하는 류승지의 Names of Beauty


승지 씨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라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맸어요.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말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우선 아름다움은 일반적으로 외면적인 것을 넘어서 내면적인 것 또한 아우른다고 이야기들 하잖아요? 저 역시 아름다움은 총체적인 개념이라는데 동의해요.

제 생각에 아름다움은 단순히 하나의 감정, 순간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순간 순간이 모여 기간이 되고 다시 그 기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루게 되잖아요. 저는 삶을 되돌아봤을 때 드는 종합적인 감정을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렇게 표현해도 참 추상적인데요. 그래서 전 저만의 아름다움을 정의하기 위해 ‘나의 존재’와 아름다움을 접목시켜봤어요. 정의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느끼고 깨닫는 전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는 영화를 보든, 텔레비전을 보든 혹은 누군가를 만나든 간에 그것들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잖아요. 무언가를 통해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저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등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깨달음들을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고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통해 어느새 내 자신이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그 기분을 발전이나 성숙에 대한 성취감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이제는 그런 것들을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다움을 순간적인 감정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거군요.

맞아요. 뭔가를 느끼는 그 순간에는 그게 아름다움이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저에게 하나하나의 사건은 그냥 전체의 단편일 뿐이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것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나를 변화시킨다면 그때는 그걸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통해 그것이 아름다움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심지어 불쾌한 기억과 경험일 지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를 변화시켰다면 결국에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럼 지금의 승지 씨를 되돌아 봤을 때, 승지 씨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경험을 하나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다양한 경험이 있죠. 저 같은 경우는 특히 이성친구를 만나면서 느끼는 게 정말 많았어요. 이성친구는 가족 다음으로 가까운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또 가족과는 나눌 수 없는 고민이나 이야기를 공유하기도 하잖아요.

이성친구를 오랜 기간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만큼 그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 경험, 갈등이 존재하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고 아름다움이란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와는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요. 싸울 당시에는 그 친구가 했던 말이 감정적이고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할수록 그 말들이 옳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제가 숨기고 싶었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저의 모습이었던 거죠. 그런 과정을 통해 제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친구끼리는 굳이 이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요. 그래서 지나고 보면 이성친구와 다투면서 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참 소중한 과정인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이 제겐 아름다움인 거죠.

하지만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일들 하나하나에서 전부 깨달음을 얻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텐데요.

지나간 순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중요할 것 같아요. 지나간 일들에 대해 돌아보는 과정이 없다면 제가 말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순 없겠죠. 사소한 대화나 경험조차 훗날 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기에 저를 둘러싼 순간의 경험이 하나하나 소중한 거죠. 비록 시간이 지나 나를 성장시킬 수 없더라도, 그게 아름다움으로 귀결되지 못하더라도요.

그래서 순간 순간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고려해 보는 거죠. 영화를 보더라도 이것이 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을 지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생각을 깊게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면서 질문 하나를 더 드리고 싶어요.만약 지금 남기는 이 말씀이 승지 씨의 마지막 말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제가 말한 아름다움과 일맥상통한 이야긴데요.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과정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한 번 더 스스로를 되돌아봤으면 좋겠어요.

* 류승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sseunji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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