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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고 싶은 박수인의 Names of Beauty



수인 씨가 생각하시기에,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요?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대답을 준비하면서 새삼 이게 참 어려운 질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몇 가지 떠오르는 의견을 정리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름다움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 맺는 모습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관계를 맺는 방법 중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 잘 알지 못했던 내면의 무언가를 이끌어 내곤 하잖아요. 거기서 도출된 그 무언가를 아름다움이라 할 수도 있을 테고, 혹은 대화하는 그 과정 자체를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대화가 가진 고유한 역할과 힘이 분명 있다고 믿고, 그걸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말(言)’과 ‘대화’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일단 ‘말’은 비교적 일방적이라고 할 수 있죠. 뭔가 돌아오는 것보다는 발화하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죠. 그렇지만 ‘대화’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거잖아요.

대화가 벌어질 때는 맥락이 있어요. 먼저 대화하는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있을 테고, 주제나 단어의 상호작용도 있을 거예요. 단순히 내 말만 던지고 마는 게 아니라 저쪽에서 던지는 말을 받기도 하는 거죠. 그 속에서 서로에게 울림을 주기도 하고요.

저는 그래서 대화가 가져다주는 힘을 믿어요.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그래서고요. 대화를 통해 상대에게 감동을 주기도, 마음의 문을 열고 싶기도 해요. 그게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고 격려가 될 수도 있기를 바라면서요. 그게 제가 믿는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어떤 대화는 정말 오래 남죠. 한편의 예술 같은 대화도 있고요. 수인 씨는 어떠신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으신가요?

음, 떠올리면 미소 지어지는 대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언젠가 지나가다 한 엄마와 아기가 서로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 있어요. 아무래도 아기니까 아직 말을 능숙하게 하지는 못했을 텐데도 두 사람이 어떤 교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게 서로 무언가를 나누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어요.

직접 참여했던 대화중에는 어학연수로 해외에 나갔을 때 외국인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라요. 기본적으로 살아온 문화나 습관이 다르다보니 접점을 찾아나간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서로가 영어로만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그럼에도 차근차근 관계를 맺어나가고, 서로를 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마음을 나누는 거죠.

반드시 완벽한 언어로 완벽한 생각을 전달하는 게 대화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서로의 생각이나 마음을 나누고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기와 엄마도 그렇고, 외국인과의 대화도 그렇고요. 예로 들어주신 대화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네요. ‘완벽한’ 형태의 언어 교환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그렇다면 수인 씨께서는 대화에서 중요한 건 결국 언어 이외의 무엇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그렇죠. 언어는 목적이 아니니까요. 단순히 말이 완벽하게 통하는 것만이 대화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 과정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대화 속 서로에게 무언가를 남길 수도 있다는 게 중요하죠.

남자친구와 대화를 아주 많이 하는 편인데요. 그냥 가벼운 일상 이야기도, 아주 깊은 주제의 대화도 곧 잘 나누거든요. 그런 대화들 속에서 저는 제 안에 있는 게 무엇이었는지를 발견하곤 해요. 아, 내가 이런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남자친구와의 대화가 저의 또 다른 면을 이끌어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뭔가 꺼내진 자리에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남는 거예요.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거죠. 남자친구도 그러리라고 믿고요. (웃음) 관계는 혼자 맺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대화의 질이랄까, 대화라고 다 같은 대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수인 씨는 ‘좋은’ 대화와 ‘덜 좋은’ 대화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주제에 따라 깊이의 차이는 분명 있는 것 같은데, 좋은 대화와 그렇지 않은 대화를 굳이 둘로 나누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서로를 비방하기만 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들이 진정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방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의견에 최대한 귀 기울이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자세부터가 대화를 대화답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법이잖아요. 그때에도 포기해 버리거나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여기면서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 보는 거죠.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정말 다 다르잖아요. 그렇다고 우린 어차피 다 달라, 하고 끝낼 수는 없는 게 세상이기도 하니까요. 말씀하신 태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린 항상 말해야하는 존재들일지도 모르고요. 그런 점에서 Names of Beauty 인터뷰어로 활동을 시작하신 건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저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대화가 주는 기쁨과 감동을 더 많이 느끼고 싶고, 그걸 위해 연습하기도 하고요. 처음 이 작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을 때도 그랬고, 몇 번의 대화를 나눠본 지금도 그래요. 이 과정들을 즐기고 싶어요. 더 다양한 분들을 뵙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처음과는 다르게 관성에 휩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의무감에 단순히 인터뷰 한편을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야죠. 그건 진짜 대화가 아니라고요. 부담 갖지 않고 이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생각하려고요. 더 알고 싶어 하고, 궁금증을 갖는 것. 그게 저에게 필요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요. 즐거운 대화 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끝으로 질문 하나를 더 드릴까 해요. 이렇게 기록으로 남는 대화는 흔치 않을 테니까 이런 질문이 가능할 것 같아요. 이것이 수인 씨의 마지막 말이라고 한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지요.

오늘 아침에도 겪었던 문젠데,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부모님과 다툼이 있었거든요. 이제 와서 생각할 때, 그렇게 다투고 끝낸 그 대화가 우리의 마지막 말이 된다면 정말 아쉽고 가슴 아플 것 같아요. 늘 지금이 마지막 대화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끝내지는 않겠죠.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니 지금 당장 마지막 말을 해야 한다면, 일단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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