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속 장민지의 Names of Beauty

민지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인간의 의지로 가공하지 않은 것들을 보면 아름다움이 떠올라요. 예를 들어 지나가다가 예쁜 것을 보면, 그냥 ‘예쁘다’ 하고 시각적인 것으로 끝나기 마련이죠. 그런데 아름다움은 감동이나 벅참이란 감정을 함께 동반하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 그걸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어, 여행을 가서 예쁘게 꾸며진 공원이나 식당을 보면 그냥 ‘예쁘다’는 느낌을 받고 사진으로 남기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떤 자연경관을 마주했을 때는 뭔가 벅차 오르는 게 느껴지고 사진보단 눈에 오래 간직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기도 하고요. 제 생각엔 바로 그런 감정을 두고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감동과 벅참을 아름다움의 감정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요, 그럼 민지 씨가 개인적으로 경험하신 감동과 벅참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최근 이야기는 아닌데요. 어렸을 적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라산을 간 적이 있어요. 친구들과 다같이 등반하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더 이상 등반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친구 한 명과 행렬에서 빠져 둘이 돌아내려온 적이 있어요. 그렇게 천천히 돌아내려오는 길에서 우리가 올려가면서 볼 수 없었던 경관을 마주하게 됐는데, 산 속이 온통 초록색인 거에요. 그때 이세상에 온전히 우리 둘만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자연에 둘러싸여 친구와 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당시에는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정도로, 광활한 자연 안에 함께 포개져 있었고 우리 둘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어요. 자연이 주는 포근함 속에서 감동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그 느낌이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그렇다면, 여행지가 아닌 일상에서 오는 감동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시나요?
평소에도 마찬가지로,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스러움이라면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로수 나뭇잎의 색이 바뀐다거나,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스런 커플을 본다거나,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사랑이라고 할까요. 정말 일상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의지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감동이 있어요.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구요.
감동과 벅참은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도 다르겠지요.
결과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해요. 보통 새로운 연애를 막 시작하면 사람들은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표현하잖아요. 이처럼 마음이 밝으면 지나가는 소소한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마음이 어두우면, 평소에 생각했던 아름다움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 마련인 거죠. 마음의 밝기에 따라 아름다움이 보이고 안보이고 하는 것 같아요. 아름답게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고 대화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이 민지씨의 마지막 말씀이라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아름다움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보통 기분이 안 좋거나 상처받았을 때 ‘속상하다’고들 이야기하잖아요. 속상하다는 그 단어를 뜯어보면 그야말로 ‘속이 상한다’는 건데, 속이 상할 때는 정말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언가 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으로 살다 보면 얼굴에 그 마음이 드러나기도 하죠.
본인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일생을 떠올렸을 때 아름다움이 얼굴에 많이 묻어날 수 있도록, 모든 일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 장민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min.tree_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