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따라가지 않고 흐름이 되고 싶은 김민평의 Names of Beauty

October 13, 2016

 

민평 씨가 생각하시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처음 주제를 듣고 아름다움이란 게 추상적이기도 하고, 평소에 깊이 생각해본 내용이 아니다 보니 떠올리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먼저 구체화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살아오며 느꼈던 부분, 그리고 현재 제 주변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 지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지금 스물여섯이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인데, 제 주변의 친구들은 직업을 이미 갖거나 혹은 취직준비를 하고 있어요. 한창 구직활동을 하는 시기다 보니, 그 상황과 결부된 아름다움이 떠올랐어요.

  

취업을 해야 하는 현실을 놓고 ‘아름다움’을 떠올렸을 때 굉장히 이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와요. 각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 혹은 역량이 모두 다른데, 직업은 다들 안정적이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그런 엇비슷한 일을 찾으려는 사회적 경향이 있잖아요. 너무 천편일률적인 것 같아서 그런 상황이 안타깝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전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일을 찾는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런 게 어떤 일일지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 우리 또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네 현실에서 어떻게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게 현실적이지 못한 모습이죠. (웃음) 그래서 이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민평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 가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무엇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학원에서 중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아르바이트로 꽤 오래 해왔는데, 가끔씩 아이들에게 그런걸 물어봐요. 너희는 꿈이 뭐냐고. 그 아이들의 대답으로 의사, 변호사 이런 것들이 나와요.

  

개인적으로 저는 사람들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정하고 그걸 알아가는 과정에 직업이 그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꿈에 대한 아이들의 답변에는, 그들 삶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거나 그걸 찾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직업’이라는 단어에서 ‘직’은 수단이 되는 것이고, ‘업’은 하고자 하는 일을 뜻한다고 해요. 하고자 하는 어떤 목표와 그 수단이 결부된 것이 직업이라 할 수 있는데, 모순적이게도 아이들에겐 정해진 ‘직’은 있는데, 그 안에 ‘업’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업’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청춘들이 지향해야 하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직업의 ‘직’과 ‘업’을 함께 지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의사라는 직업을 예로 들어 보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업’이라 할 수 없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진료하고 돌봐 주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도 마찬가지죠. 참교사라 함은, ‘업’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잘 이끌어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방학이 며칠이라 좋은 직업이다’ 혹은 ‘나중에 결혼하기 좋은 직업이다’, 이런 게 우선시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모든 직업에서 ‘직’과 ‘업’을 일치시킬 순 없겠죠. 정말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그런 것이라면 그게 정말 ‘업’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그게 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가치도 다양하고 제가 생각하는 가치가 옳다고만 말할 수 없을뿐더러, 그걸 강요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 민평 씨 본인의 ‘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이란 걸 감안하고 들어주세요. 보통 일반적인 직업을 떠올리면 ‘-원’, ‘-사’자로 끝나는 직업들이 많이 떠오르죠. 예를 들어, 공무원, 교사, 교원, 회계사, 의사, 변호사 등등. 그런 것들은 제게 ‘직’이에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업’은 ‘-가’, ‘-자’자로 끝나는 일들이에요. 예를 들어, 자선가, 시민활동가, 봉사자 등. 정말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웃음)

  

사실 저도 제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떠올리자면 그런 것들이에요. 처음 대학교에 들어가서 막연하게나마 꼭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맹인학교와 지체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매주 한 번씩 봉사활동을 마치고 오는 길이면, 앞으로도 그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국제개발협력 분야로 시야를 넓히게 된 건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제 3세계의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그 자체로서 행복이 되고 그 자체로서 이룸이 되는 일이에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로부터 배우고 그들과 함께 살고 계획하고 함께 일하고, 그들이 아는 것들로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가진 것으로부터 일궈 나갈 수 있는, 현장활동‘가’가 되고 싶은 거예요. (코이카 사‘원’이나 국제공무‘원’이 아닌)

  

한가지 신기한 건, 제가 근무했던 군부대도 특전사 평화유지군 해외파병부대인 ‘국제평화지원단’ 이였어요. 이름의 ‘평’도 평화의 ‘평平’이고요. (웃음) 전역하고 복학을 한 이후에 바로 이 분야를 경험하고 느껴보기 위해 단기해외봉사단에 지원해서 짧게나마 해외봉사를 다녀왔어요.

 

그리고 더 깊게 느끼고 도전하고 시야를 넓히고자, 내년에 하던 일을 멈추고 1년간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가기로 계획했어요. 지금도 일요일마다 대외적인 활동,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개발협력에 대해 알아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고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어떤 아름다움을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세상에는 물질이 따라가지 못하는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돈이나 물질이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 ‘사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조금이나마 사람들의 삶과, 더 나아가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누군가 무엇이 행복이냐 물었을 때 이것이 행복이다, 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과 이것이 내 삶이고 내 꿈이자 미래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을 가질 수 있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어요.

 

감사합니다. 끝으로 한가지 더 여쭤보려 해요. 지금이 만약 민평씨의 마지막 순간이라 한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이건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돈이나 부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나중에 결국 정신적 가치를 추구한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요. 돈이라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저에겐 주요 가치가 아니라서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부를 추구하는 사람도 결국 죽기직전의 상황이 된다면, 자신의 소신과 가치에 대해 떠올리게 된대요. 그리고 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온 사람을 부러워하게 된다고 쓰여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요.

 

현실에 치여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죠. 현실에 타협하지 말고 하고자 하는 바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 또래에서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삶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것만은 지양했으면 좋겠어요. 직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임하기 보다는, 그걸 둘러싸고 있는 표면적인 조건들에 대해서만 따지는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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