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남자 김기현의 Names of Beauty

기현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보통 아름답다는 말은 특정한 미의 기준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제게 아름다움이란 매 순간마다 존재하는 일상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최근에 제가 느꼈던 아름다움은 친구들과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느꼈는데요, 그 때 그 순간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깃들더라고요. 어떤 순간에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아름다움을 아우라라고 표현해주셨는데 말씀하신 아우라란 어떤건가요?
앞서 말씀 드렸던 어떤 순간에 존재하는 분위기나 느낌을 뜻한 거였어요. 아름다움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듯이, 아우라도 마찬가지죠. 눈에 딱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오는 순간적인 감정이죠. 그래서 ‘아우라’ 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사회학적인 뜻을 담고 얘기한 건 아니고요. (웃음) 평소 친구들과도 이런 말을 하죠. ‘와, 저 사람 아우라가 장난 아니다’ 그런 감정표현 중 하나죠.
저 같은 경우에 예를 들자면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해요. 운동 경기를 하다보면 힘든 상대와 겨루면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순간이 와요. 땀에 범벅이 되기도 하고 녹초가 돼서 쓰러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되게 추한 모습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 경기를 보고 선수들을 보면 느낄 수 있어요. 관중까지 다같이 공유할 수 있는 그 순간의 ‘아우라’를요. 그 주변을 감싸는 어떤 공기를 아우라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그 장면이 제 뇌리에 박히면서 오랜 기억에 남게 되죠. 그 또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느낀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겠어요?
여행을 떠났을 때 시기적으로 친구들이 모두 힘든 상황이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고, 해외로 나가는 친구도 있었고, 저도 고시준비를 하면서 고민, 걱정이 많을 때였어요. 그래서 모든걸 다 잊고 오랜만에 마음 편히 ‘놀러 가자!’ 했던 거죠.
무작정 떠난 여행이라 아무것도 준비한 것은 없었지만, 그 순간에 친구들과 다같이 모여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제겐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갔거든요. 지도를 펼쳐놓고 아무 곳이나 찍었는데 그렇게 가게 된 곳이 삼례였어요. 정말 아무런 준비나 목적 없이 떠난 거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거죠.
아름다움은 매 순간마다 존재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아름다움이란 다양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만 느낀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문득문득 떠오르는 감정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제가 매 순간마다 존재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했죠. 순간순간이 다양한 만큼이나 제가 느끼는 아름다움 또한 그만큼 다양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아우라가 느껴지는 순간도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듯이, 돌이켜봤을 때 어떤 순간이나 장면에서 떠올리는 옛추억도 아름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평소에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특별히 노력하는 것은 없어요. 평소 사람들을 만날 때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고, 앞에서 못하는 얘기는 뒤에서도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사람들과 있는 그 상황에서는 늘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해요. 아름다움은 매 순간 존재한다는 생각을 말씀 드렸는데요. 앞으로 다가올 상황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게 살아가는 일의 매력인 것 같아요.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뜻밖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감사합니다. 끝으로, 만약 지금 남기는 말씀이 마지막 말이라면,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지요.
상황상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사회에 아직 나서지 못한, 어떻게 보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잖아요. 살면서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너무 이룬 게 없어서 아쉽네요.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남기고 싶다기보단, 학교라는 틀 안에서만 지내며 다른걸 더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느낄 것 같아요. 앞으로 매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끼며 지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