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은 우재상의 Names of Beauty

September 28, 2016

 

재상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름다움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렵고 무거운 주제로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봤어요. 제가 일상생활에서 아름다움을 언제 느끼는지부터 생각을 했는데요. 전 자연을 볼 때 아름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편이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이 가끔 이상하게 보기도 하지만, 저에겐 꽃의 모양, 나뭇잎의 색과 조합 같은 것들이 아름다움으로 다가와요. 가끔 보면 나뭇잎의 색과 나무 몸통의 색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 중에도 인테리어나 옷의 배합 같은 것들은 자연의 색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 참 많아요. 하늘색과 흰색이 잘 어울리는 것도 하늘의 이미지를 느끼게 해주잖아요. 그래서 자연적인 것들이 아름답지 않나 생각해요.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곧잘 발견하시나요? 

  

네. 가끔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신기하게 보고 있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가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요. (웃음) 지나가다가 개미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조그마한 것에 생명이 자리잡은 걸까 혹은 이렇게 작고 미세한 존재도 강인하게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곤 해요.

  

이렇게 자연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으면 너무 신기해요. 자연이 존재하는 방식과 생명의 신비 같은 것들은 제 머리로는 잘 상상이 안되거든요. 자연은 너무나 당연한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실은 들여다 볼수록 당연하지 않은 존재가 돼요.

  

그렇기에 자연을 대하면서 매번 아름다움을 느껴요. 나뭇잎의 색은 누가 정한 것이길래 기둥의 색, 흙의 색, 하늘의 색과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생각해 보기도 하고요. 자연을 이루는 요소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절묘한 색깔을 갖고 있는 것도 신기하고 이 색들이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도 신기해요.

  

물론 인간의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예컨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봤을 때 가슴 떨리는 기분이 든다는 사실은 정말 자연스럽고 아름답거든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근원이잖아요. 아버지가 되고, 가족이 생기고, 공동체를 이룩하는 것 같이 시스템화된 인간의 모습도 신기하고 아름다워요.

    

그럼 우리가 아름다움을 보다 잘 느끼기 위해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굳이 아름답기 위해 혹은 아름다움을 더 잘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그대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섭리도 인간의 기준에서 보면 잔인하고 야만적일 수 있죠.

 

하지만 그런 자연의 순리를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약육강식의 법칙이라는 것도 사실 생태계를 유지하는 동력 중에 하나인 거잖아요. 우리의 기준에서 아름답지 않다고 그것이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단정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름다움을 굳이 찾고 만들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만 누군가는 현대 건축물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거든요.

 

그 사람이 인공적인 느낌과 첨단의 기술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해서 제가 그 아름다움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 대상이나 내 마음엔 들지 않는 무엇이 있더라도 제가 실감하지 못하는 그 자체만의 존재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반대로, 재상 씨가 유독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대상이 따로 있을까요?

 

예술을 대할 때, 사실 모든 작품을 항상 아름답다고 느끼진 않아요. 그렇지만 권위 있는 평론가나 다수가 인정한 작품이라면 왠지 아름다움을 느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기도 해요. 전혀 와 닿지 않은데도 말이죠. 아름답다는 말을 안 하면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저부터 이런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제가 느끼는 아름다움과 아름답지 않음에 확신이 들어야 할 것 같기는 해요.

 

사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름다운 것만큼 많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반려 동물을 기르는 모습에서 아름답지 않음을 느끼는데요. 주인이 동물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이 반려 동물의 자연스러움을 해치는 일 종종 있잖아요. 애완견의 꼬리를 자른다거나, 성대 수술을 하는 경우처럼요. 글쎄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걸 아름답게 보기란 아직 힘든 일이긴 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가지를 더 여쭤보려고 해요. 지금이 재상 씨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어떤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가요?

 

마지막이라니, 어렵네요. (웃음) 앞서 말씀 드렸던 것과 연결시키자면 모든 일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기준에 내가 부합하지 못할 때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우울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것들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보는 거죠. 우울한 것도, 기쁜 것도, 힘든 것도 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굉장히 아름다운 순간이기에, 그 아름다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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