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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에게 아름답고 싶은 신주현의 Names of Beauty


주현 씨는 평소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는 적잖이 쓰이지만, 그걸 정의해보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 무엇이에요. 제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보여지는 것을 뛰어넘는, 말하자면 ‘아우라Aura’가 아닐까 싶어요.

아우라도 아름다움만큼이나 추상적인 말이긴 하죠. 심지어 아름다움보다 자주 쓰는 단어도 아니고요. 제가 이 단어를 떠올린 것은 지난 학기에 들은 교양강의 덕분인데요. 인문학과 철학을 다루는 강의여서 처음으로 아우라라는 개념을 접할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그러다 인터뷰 제의를 받고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아우라와 연결을 시켜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일단 아우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본래는 사람이나 물체가 발산하는 기운이나 분위기를 뜻하는 말이라고 해요.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예술용어로는 처음 사용한 단어인데요. 그에 따르면 예술에 있어 아우라는 작품의 원본만이 가질 수 있고 복제본에서는 느낄 수가 없어요.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것에서만 느껴지는 만큼 아우라는 그 대상을 더욱 고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만들어주죠.

그렇다면 아우라와 아름다움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무엇이 아름답다고 불리기 위해서는 일단 아우라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우라는 대체 불가능한 것에서 느껴지는 만큼 아름다움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일 때 그 의미가 커질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을 특별한 존재에만 붙여주고 싶어요.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선 고유한 가치를 지닌 것, 나아가 아우라를 발산하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쁘다’와 ‘아름답다’의 차이도 여기에서 생기는 것 같아요. 예쁘다는 말은 대상의 고유성이나 아우라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도 할 수 있거든요. 평소에 예쁘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예쁨은 외면적인 아름다움만 충족하면 되는 것 같아요. 보기 좋음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랄까요.

반면에 외면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해서 바로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에는 좀더 엄격한 기준이 있다고 믿거든요. 저에게 아름답다라는 말은 그 대상에게서 특별하고 고귀한 가치가 뿜어져 나올 때, 즉 아우라가 발산될 때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우라의 개념처럼 대체 불가능하고 그것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닌 것만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주현 씨는 보통 어떤 대상에게서 아우라는 느끼시는 편이신가요?

사람이요. 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향기가 있고 특유의 기운를 내뿜는 거죠. 예술품의 원본에서 아우라가 발산되듯이 인간은 모두가 원본인 셈이잖아요. 좀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모든 사람에게서 아우라를 느낄 수 있죠.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엄연히 있지 않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요. 전 그렇지 않다고 봐요.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은 그의 분위기가 보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뿐이라고 생각해요. 아우라가 없다고 느껴지는 사람일지라도 우리가 관심을 갖고 그 사람만의 매력을 찾고자 노력한다면 충분히 나름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는 각자 스스로의 원본이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고유한 아우라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것을 잘 감지하고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관심을 갖고 계속 들여다 보는 거요. 물론 처음 보거나 낯선 사람들에게서 그의 깊은 매력까지 다 알기란 참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든 사람에게는 고유의 매력이 있다고 믿거든요. 그걸 느끼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요. 사람에 대한 이해는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관심을 갖고 다가가며 그 사람의 장점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제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이에요.

학교에서 과회장을 하고 있는데요. 이 일을 맡게 된 것도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는 건 참 멋진 일이잖아요. 물론 업무적인 관계가 없진 않지만 그 속에서도 상대방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떤 사람이든 관심을 갖고 유심히 지켜보면 그 사람만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면서 질문 하나를 더 드리고 싶어요. 만약 지금 남기는 이 말씀이 주현 씨의 마지막 말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모두가 사소한 것에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놓치는 것도 많아지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도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잊혀지기 쉬운 것들에 집중하고 감사함을 느낀다면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그럴 거라고 믿어요.

* 신주현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sournuts_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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