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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길을 걷고 싶은 윤기은의 Names of Beauty

September 11, 2016

 

기은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아름다움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고 사실 저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없어요. 그래서 아름다움에 대한 제 의견을 말하자면 어쩔 수 없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설명이 될 것 같은데요.

  

결국 아름다움이란 각각 사람들 마음의 형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다 다르잖아요.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모두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걸 정확히 묘사할 순 없겠지만 마음의 크기라든지, 마음의 모양 이라든지요. 개인이 갖고 있는 마음의 형상을 외부의 세상에서 각자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런 걸 두고 ‘아름다움을 느낀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비유를 생각해봤는데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이처럼 아름다움도 마음 속의 형상이 품고 있는 만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금 막연하죠? (웃음) 쉽게 말하자면 오늘 같은 날도 비가 내리는데요. 보통의 저라면 비를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기분에 따라서 가끔은 비가 오는 게 썩 좋지 않을 때가 있기도 하죠. 그러니까 당시 제 마음의 상태나 형상에 따라서 비가 내리는 것을 아름답게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거에요. 오늘의 마음이 비를 아름답게 봐도 내일의 마음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느끼는 주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을 바꿀 만큼 기은 씨의 마음에 변화를 준 경험이 있을까요?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커서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렇듯 ‘성장’은 인생의 변곡점이 되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성장과정은 굉장히 평탄했어요. 자기소개서 쓸 때 성장과정 란에 뭘 써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요.

  

학창시절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평범하게 태어나서 평범하게 자랐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의 평범함이 아쉽더라고요. 평범함에 익숙해져 살아오다 보니까 그 틀을 깨고 나가는 것도 쉽지 않고요. 어린 나이기도 했고 대단한 용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모험을 할 수 있던 것도 아니었죠. 그러다 우연히 책 한권을 읽게 됐어요. <폭풍의 언덕>이라는 책이었는데요.

  

내용 자체가 저에게 재미와 깨달음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문학은 간접경험이다’라는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어요. 실제 인생에서는 큰 특별함을 직접 만들 순 없었지만 책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겠구나 느꼈거든요. 그때부터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도 변한 계기가 됐어요. 특히 인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 사람의 마음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사람의 마음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과정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라 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에 가장 친한 친구와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군데요. 통영은 사실 작년에 혼자 여행을 다녀온 곳인데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 좋은 걸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경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자 바쁜 스케줄을 뒤로 한 채 훌쩍 다녀왔네요.

  

둘 다 술을 좋아해서 여행 중에 진솔한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그 친구와는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의지가 되고 깊은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누게 되더라고요.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죠. 여행을 다녀와 친구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몇 년 전에는 남이었던 한 사람이 내 삶 속에 들어와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 참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스스로 아름다움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특별한 노력을 하시나요?

 

읽고, 쓰고, 걸어요. 문학을 좋아해 원래 읽고 쓰기는 자주했는데 걷기의 중요성을 요새 깨닫고 있어요.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걸음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에너지를 얻게 되요. 생각과 에너지를 모아 글을 쓰고, 또 쓰는 행위를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정리를 하죠. 이런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읽기를 통해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알게 되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면 이것들을 걷기를 통해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쓰는 거죠. 이런 행동들을 통해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아까 말했듯이 스스로 마음을 크고 단단하게 키우는 만큼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것이 제가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가지를 더 여쭤보려고 해요. 지금이 기은 씨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흠. 쉽지 않네요. 마지막을 제가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맞게 된 거라면 “세상을 잘 살아냈다”라고 말하고 싶네요.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이 참 많죠.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존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낸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잘 살아냈다,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 윤기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comoes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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