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춤추는 듯한 김소형의 Names of Beauty

September 6, 2016

 

소형 씨께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작년 겨울 어느 날이었어요. 사람들과 만나 오랫동안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서 살짝 피곤했었거든요. 낯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약간 견뎠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아요. 쑥스럽고 어색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새벽 2~3시까지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 다음날 우연히 알게 된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이 잡혀있었어요.

  

너무 좋은 인연으로 알게 된 특별한 친구라, 그 전날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약속을 미루고 싶지 않았어요. 더불어 자그마한 팔찌 하나를 선물로 주려고 만들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지하철 안이 너무 갑갑한 거에요. 왜 이렇게 덥지, 나만 덥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안되겠다, 내려야겠다 싶어서 문 앞으로 다가갔는데 갑자기 귀가 안 들리는 거예요. 뭔가 몸이 이상한가 싶어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어요. 처음으로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니나다를까, 눈을 딱 떠보니 사람들이 영화처럼 주위를 에워싸고 괜찮냐고 숨은 쉴 수 있겠냐고 제게 묻고 있더라고요. 다행히도 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딱 깨어났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왜 아프지’가 아니라 ‘아, 이대로 아무런 존재 없이 가는 건가.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건가’하는 생각이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공황장애 증상과 비슷한 증세를 보였던 거였어요.

  

제가 수입 관련 일을 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출장 가는 일을 십 년 가까이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육 개월 정도 비행기를 못 타겠더라고요. 이삼 주 정도는 아예 집밖도 나가지 못했고요. 말도 못하고 사무실에도 못 나갔어요. 택시나 버스를 타는 일은 물론이고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죠.

  

자연히 사람으로부터 고립됐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어요. 그때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상하게도, 버려져 있는 휴지조각도 예뻐 보이고 하늘도 아름다워 보이고 모든 게 그렇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 모든 게 다 소중한 거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어요. 그간 참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았구나 하는 게 새삼 실감이 난 거죠.

  

그 일이 소형 씨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을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공황장애를 겪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와 닿지 않았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눈이 감기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내가 만약 여기서 멈춰버리면 만나기로 했던 내 친구는 어떡하지,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도 떠오르고 못했던 것들이 주르륵 지나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복합적으로 생겨나더라구요. 깨어나면서 마치 저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어요. 그때부터 상황이 많이 바뀌었고 성격도 참 많이 변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꽤 컸어요. 너무 바쁘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웠고, 심지어 피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쉬고 싶은 마음도 컸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어졌어요.

 

사고 이후 지금 운영하고 있는 <826ho>에 오고 난 뒤에는, 괜스레 사람들이 나를 만나러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그냥 사람이 있다는 존재 자체가 참 좋아진 거죠. 그러면서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보게 되었어요. 표정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이 소중해지기 시작했어요. 보이지 않던 게 보이게 됐달까.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생겨나면서 참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뭐랄까 살아있는 모든 게 전부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새로 발견하신 아름다움들과 더불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전 ‘정말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 생각이에요. 늘 저에게 물어봐요.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아무리 그 생각이 허무맹랑할지라도 진짜 하고 싶은 건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덕분에 요즘은 제 하루가 조금 길어졌어요.

 

예전에는 늘 머릿속에 물음표가 존재했고 궁금증만 가득했다면, 지금은 퍼즐 맞춰가듯 한 조각 한 조각 채워가는 느낌이에요.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었더라고요. 우리 앞에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지금이 주어졌을 때 그 순간에 충실한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비행기를 타고 원래 제 본업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지금은 잠시 쉬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826ho>라는 쉼터가 생겼으니까 이제는 여기를 지켜야겠다는 생각해요. 변화가 확 일어난 거죠. 그리고 그때 그림자처럼 제 옆에 있어준 남자친구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그저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게 참 고마워요. 공황장애와 비슷한 지병을 갖고 있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피하지 않던 그 사람이 참 따뜻하구나 느꼈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생각했던 것을 실행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은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쫓게 될 거라고 믿어요.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오드리햅번을 참 좋아하잖아요.

 

저는 그 사람을 보며 좋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아름다운 발자취를 따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이 났을 때 하고 싶은 걸 하고 실천을 하자, 결심했어요. 마지막이 왔을 때 못하고 지나쳐버린 것들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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