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듯 사는 홍정수의 Names of Beauty

August 27, 2016

 

정수 씨는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자신의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 실력을 갈고 닦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거든요.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자기의 힘을 길러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했던 게, 저는 살아오면서 늘 새로운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새로운 겉모습에만 빠져있다가 그것이 낡고 가치가 없어진 듯하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찾기보다는 다시 새것을 찾는 게 제겐 습관처럼 되어 있었어요. 그러면 언제나 가질 수 없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었고, 저는 늘 제 욕심에만 빠져 항상 만족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행을 하는 동안 그곳에서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고 새로운 것을 찾기보단,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멋지게 사용하고 표현해낼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름다움과 더불어 산다는 게 어떤 모습인지를 느꼈어요.

  

제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의상디자인인데, 보통 사람들이 ‘패션’하면 떠올리는 것이, 화려하거나 어떤 부분은 사치스러움을 떠올리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제가 하는 패션이나 디자인에 있어서 저는 ‘비움’이란 주제에 오히려 빠지게 되었어요.

 

빈 곳을 늘 화려하고 멋진 것,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바빴는데, 그 비워진 공간 자체가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욕심부려서 가득 채워 넣고 예쁘게 만들어놓는 게 아니라, 적당히 채우고 비움으로써 되려 작은 부분일지라도 그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바로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정수씨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그 가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게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아름다움을 더 키워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이 대화를 위해 아름다움을 떠올리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게 방 정리였어요.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산 작고 예쁜 잡동사니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것들을 막상 사오고 나니 정리도 안되고, 버리자니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까운 마음에 다 끌어안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먼지만 쌓이고 점점 물건을 쌓아놓게만 되더라고요.

  

그래서 상자 한곳에 잘 넣어서 보관해놓고 필요한 것만 빼놓고 싹 정리해놓니, 정말 나에게 깊은 감흥을 주는 것들, 잠시 마음을 쏟고 싶은 것들만 남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침구류 같은 것도 마찬가지에요. 하나를 새로 사게 되면 다른 것도 또 맞춰서 사야 하는 욕심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새로 사기보다는 원래 쓰던 것을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기존에 있는 것들 하나하나에 가치를 두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옷장을 정리했는데요. 옷장 속도 보면 사실 입는 옷만 입지 쓸데없는 옷이 정말 많거든요. 패션을 공부하면서 브랜드라는 게 어쩌면 허상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브랜드는 결국 그 옷에 공을 들이고, 뜻을 담아낸 사람들의 가치를 나타내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브랜드에 대한 제 생각도 많이 바꼈어요. 옷은 가짓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옷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본인이 가진 가치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든 생각이, 어렸을 땐 사람들을 무조건 많이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흐르고 나니 나와 맞는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게 훨씬 편하고 더 좋더라구요. 무조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기보단, 앞서 말한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행동들이 제가 아름다움을 키워나가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아닐까 싶어요.

 

아름다움이 얼마나 정수씨 일상에 스며들어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름답다라는 말 자체를 ‘예쁘다, 귀엽다’ 라는 말보다 더 진심을 강조하고 싶을 때 써왔던 것 같아요. 마음에 울림이 있을 때, 특히 웅장한 자연경관을 바라볼 때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가져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멋지고 대단하단 느낌이 드는데, 반대로 그렇지 못하고 때론 힘들지라도 자신의 길을 고집하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볼 때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죠.

 

봉사하시는 분들 보면 특히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상대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모습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든대요. 저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거든요. 나는 그렇게 희생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 보이기 위해 하는 봉사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서 하는구나 보여질 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행이 있고 변화가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도 바로 그런 거예요. 고객과 소통을 하면서 물건을 만드는 거에요. 옷을 입는 사람의 향기가 묻어있고,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화려하고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조용히 자신의 빛을 발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 깃들고, 그렇게 우리의 마음속에 와 닿은 아름다움은 더 깊이 남게 되리라고 믿어요.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며 마무리로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봤을 때, 스스로를 축복해줄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중요하지 않고,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봤을 때 축복할 만한 삶을 산다면 후회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부정적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게 어때, 라고 한번 말해주고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 홍정수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hhong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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