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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발전해나가고 싶은 권순목의 Names of Beauty

August 25, 2016

 

순목 씨에게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인가요?

  

‘무엇이 저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생각해보자면, 제가 아름다움을 느꼈던 대상들은 일단 압도할 만큼의 스케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순수한 물질적 거대함이 될 수도 있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인생이 될 수도 있는데요. 어쨌든 제가 일상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규모를 마주했을 때 따라오는 감정이 있어요. 감동도 있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볼 때 느끼는 쾌의 감정을 주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것들을 고려해 보면, 저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저와 다른 것들을 대하며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을 볼 때 발생하는 감정, 그걸 아름다움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았거든요.

  

나와 비슷한 것들을 보면 물론 좋기야 하죠. 공감할 수 있고 재밌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건 아름다움이라기 보단 동질감이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것들은 그걸 더 알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고 그걸 더 탐구하고 싶게 만들거든요. 그런 마음이 제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요. 동시에 저와 정말 다른,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를 넘어서는 다름이라면, 아마 그건 쾌가 아닌 불쾌의 감정, 또는 추의 감정을 줄 것 같기도 하네요.

  

스케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운데요. 그건 기본적으로 크기나 양의 문제이기도 한 건가요?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엄청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리 놀랄 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월등하게 크거나 강하거나 뭔가 깊이가 있는 걸 보면 저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곤 하더라고요. 그런 감정이 자연스레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동경의 마음이랄까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최근에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장르소설 작가를 한 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분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저와 함께 자라온, 말하자면 제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야기들을 쓰신 분이에요. 그분께서 들려주셨던 말들이 기억에 나요.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정말 쓰고자 하셨던 이야기가 뭐였는지, 만들어 나가고 싶었던 세계나 가치관은 어떤 건지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해 주셨거든요.

  

그걸 쭉 듣고 있는데 그건 제가 범접한 적도, 범접할 자신도 없는 경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만의 탄탄한 세계를 가지고 계신 걸 듣는데 그 인생 자체가 정말 아름다워 보이더라고요. 최근에는 그분을 뵌 경험이 제가 느낀 가장 근래의 아름다움이었네요.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경험을 자주하게 되실 것도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렇죠. 사실 그런 마음 때문에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한 것도 있어요. 이렇게 다른 분들을 만나다 보면 어떤 때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제가 만나는 분들이 가진 아우라나 분위기가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그냥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죠. 사람이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어떤 영화나 예술보다 훨씬 아름답고 깊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 <그래비티Gravity>나 <퍼펙트 센스Perfect Sense>를 좋아하는데요. <그래비티>는 우주적인 배경으로 압도적인 규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사실 역경을 헤쳐 나가는 한 사람의 감정의 규모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거든요. <퍼펙트 센스>도 그렇고요. 두 영화 모두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그걸 극복하려는 인간 군상을 담고 있죠. 그런 걸 보면 저와는 참 다르고 (웃음) 그래서 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봐요.

 

괜한 자기 비하를 하시는 건 아닌가요. (웃음)

 

제가 그리 나약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강인한 편은 아니거든요. 남들보다 조금은 더 버티지만 정말 오래 버티는 쪽도 아니고요. 그래서 몇 번의 실패를 겪다보면 알아서 고꾸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영화들에선 뭔가 꾸준히 해보려는 의지 같은 걸 볼 수 있거든요. 그게 인간이라는 종種 전반이 가진 의지인지, 혹은 그 인물만의 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 아름다워요.

 

니체가 말했듯이 우리의 삶이라는 건 계속 회귀되고 같은 상황의 반복만이 가능할 뿐일지도 몰라요. 그러나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가질 수 있겠냐는 질문에 ‘예스’를 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순목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순목 씨와 다른 것들에게서 느끼는 것이라는 말씀이신데요. 그래도 대개 한번쯤은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지 않나요?

 

제 안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라. 글쎄요. 남들이 저를 봤을 때 어떤 부분을 좋게 봐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아름다운 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의 기쁨이나 즐거움에 쉽게 공감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아니라, 그저 그 기쁨에 같이 기뻐할 수 있다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게 나름의 아름다움 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해요.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런 모습을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아름다움을 느낄 때도 있는 것 같고요. 어떤 사람이 굉장히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걸 볼 때, 실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잖아요. 성공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나 그 과정 속에서 포기한 것들까지가 그 인생이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역시 나와는 다른, 그렇지만 아주 근사한 삶을 쫒아가려는 시도는 아주 어렵고 그 어려운 것을 감히 해내지 못하리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하는 걸 약간은 꺼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믿음은 있어요. 이렇게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다보면 꼭 그 사람들과 같지는 않을지라도 뭔가 나만의 것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노력해야죠.

 

사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신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어려워하고, 뭔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시도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그럴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나요? 그런 마음이 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동경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저의 경우에는, 남들이 걸어가는 길이나 발자취에 대한 동경이 제 삶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곤 해요. 개인적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을 접하고 배워가면서, 나름대로의 열심을 다해왔다고 믿거든요. 만약 본인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게 있다면 그걸 추구하고 따라 해보기도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게 되기도 하는데요. 그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름다움을 쫓는 행위를 평가절하하거나 의미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먹고 살기가 빠듯해진 탓이기도 할 텐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예술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향도 종종 생기고요.

 

그렇지만 아름다움이라는 건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거든요. 아름다움이라는 게 단순히 예쁘고 보기 좋은 게 아니라, 더 좋은 것을 보고 느끼는 마음이지 싶어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으려는 태도도 자신이 느낀 아름다움을 쫓는 행위인 것 같고, 선하거나 정의로운 것도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아름다움에 대해 더 고민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야말로 인생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믿어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것 같고, 이제 대화를 마치려고 하는데요. 글쎄요, 만약 이 대화가 순목 씨의 마지막이라고 한다면 끝으로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끝으로 남기는 말이라면,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로서 느끼는 사랑만큼 저를 감동시키는 것도 사실 없거든요. 인간들은 다 다른데 그렇게 다른 모습들까지 서로 인정하고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면 세상도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 권순목의 <오픈북 인터뷰>는 www.obinterview.co.kr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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