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이 창창한 신명근의 Names of Beauty

August 23, 2016

 

명근 씨는 평소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평소에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긴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일단 아름다움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 꼽으라면 ‘역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들은 각자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다른 사람이 듣기엔 별로일 수도 있고, 제가 아름답다고 느낀 그림이 다른 사람에게 전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아름다움은 주관적이면서 상대적이기도 해요. 이런 생각을 조금 더 발전시켜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답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름다움은 '역설’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명근 씨가 실제로 아름다움의 역설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네. 꽤 많았죠. 자전거 타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한강이 참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은 날도 있어요. 또 한강이 저에겐 아름답게 다가와도 함께 자전거를 타는 친구에겐 아름답지 않기도 하죠.

  

같은 맥락으로 지난 겨울에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같은 곳을 여행했지만 부모님과 제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다르더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의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부모님께서는 런던의 도시적이고 정갈한 느낌을 더 좋아하셨어요. 이런 걸 보면서 ‘사람들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모두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세상 모든 것들은 아름다운 동시에 아름답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아름다움이란 시간이나 그를 바라보는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네요.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의 명근 씨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요?

  

음, 추억이요. 추억에 대해 말하기 앞서 모든 아름다움에는 끝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아름다움을 역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요. 아름다움은 결국 사라지지만 한편으로는 영원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활짝 피었던 꽃이 지고, 사랑하던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처럼, 결국에는 모든 아름다움은 필연적으로 끝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고 아름다움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유한하기 때문에 유의미하죠. 아름다운 순간이나 대상은 언젠간 빛을 잃지만, 아름다움은 그것을 느낀 사람의 마음에 남게 되거든요. 이렇게 사람의 마음 속에 남아 빛을 유지하는 것이 추억이고, 이것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물론 추억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잊혀질 수 있지만 어떠한 기억의 촉매제를 통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어떤 장소에 갔는데 어릴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거나 노래를 듣다 문득 추억이 떠오를 때요. 기억의 촉매제는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음식이 될 수도, 심지어 냄새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추억을 늘 되뇌지는 않지만 촉매제를 통해 아름다운 순간을 회상하고 간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추억도 아름다움이기에 상대적일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사실 추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본연의 아름다움이 퇴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믿거든요. 하지만 추억 역시 사람에 따라서 아름다운 기억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특히 남녀관계가 그래요. 나에겐 좋았던 추억이 상대에겐 최악의 기억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런 점에서 추억도 역설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추억이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직하기 위해 하시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제가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는데요. 딱히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진 않아요. 대신에 그 당시의 상황과 사람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에요. 추억들 중에서도 관계 속에서 느끼는 추억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직하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요.

 

보통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들 하는데, 돌이켜보면 남는 건 결국 사람이고 추억이더라고요. 때문에 더더욱 현재와 내 사람들에게 충실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곧 현재의 아름다움이 되고 나중에는 추억이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관계 유지가 유한한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남기는 특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가지를 더 여쭤보려고 해요. 지금이 명근 씨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음,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미 비포 유Me before you>라는 영화가 있어요. 정말 감명 깊게 봤는데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고로 반신불구가 되는데, 간호인이 그에게 희망을 주는 과정에서 했던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어요. '인생은 한 번이고,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라고요.

 

* 신명근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brightroot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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