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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찍는 사진가 박시열의 Names of Beauty

August 8, 2016

 

시열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제게 아름다움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제가 사진을 찍게 된 이유도 사람이 좋아서고, 늘 집중하고 있는 주제도 역시 사람이거든요. 만약 평생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면 계속해서 찍을 대상도 사람들이 될 것 같아요. 

  

사람이라는 게 다양하고 참 많은 모습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본다면 그래서 어떤 순간을 특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어쨌든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니까요. 말하자면 저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보다 특별히 아름다운 어떤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의 진실한 순간, 가장 자기 자신다운 순간이 있는 법이라고요.

  

이를테면 배우는 연기를 하고 있는 순간에 가장 그다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죠. 좀 역설적이지만 배우란 그런 거 아니겠어요.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과정 속에서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야구 선수라면 야구를 할 때가 가장 그답다고 할 수 있을 테고, 작가는 글을 쓰는 순간에야말로 작가로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죠. 모두가 그렇게 자기 자신이 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때의 희열이나 눈부심이 사람들을 더 아름답고 특별한 무엇으로 만들어 준다고 믿어요.

  

사람이라면 응당 사랑을 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잖아요. 그러나 실은 사랑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사랑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사랑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스스로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전 그게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말하자면 사람들에게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비로소 완전해지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와 대화하고 성찰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그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면서 실행할 때 비로소 해소할 수 있는 거죠. 물론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도 중요하고 때로는 신에게도 의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그래도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어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제게는 그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럼 최근에 작업을 하시면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누군가를 찍었는데, 정말 그다워서 아름다웠던 경험이요.

  

전부터 그런 작업들을 해오긴 했어요. <173, My Dear>라는 작업도 제가 알고 지내는 친구들의 모습을 좀 더 본연의 형태로 잡아두고자 했던 거였고. 최근에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디스코, 하우스 이쪽이다 보니 자연스레 DJ들을 찍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덕분에 파티들을 많이 다니면서 뭐랄까 일종의 대리만족을 하고 있어요. 저도 예전에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우리끼리 이야기지만 아직 1집 가수가 꿈이에요. (웃음)

 

어느 한 작은 클럽에서 어린 DJ들이 자신들이 만든 음악을 믹싱하면서 틀고 있던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비단 사람은 많이 오지 않고 그렇게 흥했던 파티도 아니었지만 그들의 태도나 음악에서 수고가 많이 느껴졌었어요. 대단하고 거창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저렇게 집중해서 자신들의 작품을 들려주려는 자세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음악도 굉장했고요. 나는 저 나이때 도대체 뭘 했나 싶을 정도로요. 많은 도전이 됐어요. 그건 이번 지산에서 그 유명한 디스클로저Disclosure의 라이브셋을 보며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거든요. 많이 배웠죠.


그렇다면 시열 씨는 어떠신가요? 스스로 본인이 아름답다고 느끼시는 때는 언제인지 궁금한데요.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물론 작업을 할 때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글쎄요. 자연인 박시열로서는 아무래도 술 마실 때. (웃음) 장난이고요. 그냥 제가 삶에 집중할 때 스스로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해요. 이건 남들에게는 잘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긴 한데, 사실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혼자 있을 때 저는 숙고하는 사람이 되거든요.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나 살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나, 뭐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해요.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시간들이 더 길어지는 것도 같고. 물론 제가 하는 작업들을 어떻게 하면 더 볼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죠. 그게 제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에게 자주 보이는 모습은 아니지만. 


의외네요. (웃음) 사진에 대한 고민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좋은 사진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죠, 결국엔. 사람을 찍을 때 특히 그래요. 단순히 보기 좋고 예쁜 사진과 제가 생각하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찾아내려는 사진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 사진인지를 자문하곤 해요. 아무래도 미적 기준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니까 그건 참 어려운 문제가 되죠.

 

만약 인물 사진에 두 가지에 있다고 하면요. 대상을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놓고 찍은 사진과 꾸밈없이 순수한 인물 자체에 집중한 사진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후자에서는 그런 보기 좋지는 않은 부분도 보여질 수 있는데 전자는 엄청 꾸민거라 진짜 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이제 저는 그걸 두고 고민을 하는 거예요.

 

당장 먹고 살려면 당연히 전자를 선택해야 하겠지만 (웃음) 그게 정말 그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거든요. 그 둘을 적절히 잘 살리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게 어려운 거겠지만. 아마 이 고민은 평생을 가지고 가야하는 것 같아요. 지금 DJ들을 찍는 <Young in Seoul> 작업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Young in Seoul>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서울에 사는 DJ들을 찍는 작업이에요. 제가 사진을 찍고 장진승 씨께서 전체적인 디자인을 맡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어요. 인스타로 봐야 디자인까지 전부 느끼실 수 있어요(인스타그램 계정은 아래 링크). 꼭 확인해보시면 좋겠어요. 지금 2개의 팀을 촬영했고 곧 3번째 팀 사진도 업로드 할 예정이에요. 

 

여기서 YOUNG은 젊다는 단순히 나이를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생리적인 나이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이름 그리고 그 사람의 태도가 얼마나 젊은지가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YOUTH Culture, Subculture 씬을 새로운 DJ들로서 풀어내는거죠.

 

우리나라 클럽 음악의 생태계가 격변을 맞이한 게 저는 2012년이라고 보는데, 그 이후에 DJ들의 전문성이 확보되고 이제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DJ의 음악을 듣기 위해 클럽을 찾는 풍토가 형성되었거든요. 그 이후에 굉장히 많고 다양한 새로운 DJ들이 생겨났어요. 그런 상황에서 서울의 밤, 서울의 파티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지금 2016년을 기록해보자는게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어요. 

 

찍는 공간도 그 분들이 활동하시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고, 멤버간의 관계나 모습 같은 것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찍어놓고 싶어요. 2016년에는 이런 DJ들이 있었다는 게 쭉 남았으면 좋겠어요. 다큐멘터리 같이 해보려고 해요. 시월까지는 계속 찍을 거고 아마 올 십일월 정도에는 전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해보자면, 사실 이 시대가 약간은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기보단 조건이 전부가 되어버린 느낌도 들고요.

 

사진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아무래도 인물의 외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죠. 예쁘고 잘생긴 사람과 작업하는 게 사실 여러모로 편한 것도 부인하긴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요. 누구나 예쁠 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면은 있다고. 그런 순간을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제가 하는 작업이라고 믿어요.

 

사람 관계도 그렇잖아요.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모두에게서 아름다운 면을 발견하고자 노력한다면 세상의 아름다움도 보다 그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다면, 내가 그걸 발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참 살만한 거 아니겠어요.

 

사진을 찍을 때도 그런 걸 많이 느껴요. 처음 만나는 모델과 작업을 할 때도 사실 되게 어색해요. 그렇지만 한 장 한 장 사진을 셔터를 눌러가면서 교감하는 게 있거든요. 관계를 형성하는 거죠. 촬영을 할 때만큼은 마치 밀고 당기기하는 것처럼 서로를 탐색하고 길들이는 거예요. 그렇게 작업을 하면 분명 첫 사진과 마지막 사진은 그 느낌부터가 달라요. 단지 한 시간을 작업했을 뿐인데도 그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같이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나가는 거죠. 그래서 이 일이 참 마음에 들어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니까요.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해선 말씀을 잘 들었고요. 대화를 마치면서 한 가지를 더 여쭤보려고 해요. 만약 이 대화가 시열 씨의 마지막 대화가 된다면, 그래서 지금 남기는 말이 인간 박시열의 마지막 말이 된다고 한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지요.

 

음, 제가 성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구태여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신앙생활이라는 게 참 즐거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모태신앙으로 지금까지 삼십일년 정도 매주 교회를 나가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쌓아나가는 게 개인적으로는 꽤 할 만한 일이었거든요. 재밌고 새롭고 매일 고민거리를 안겨주기고 하고. 

 

물론 믿음의 형태는 건 되게 다양한 거겠죠. 신을 믿지 않을 수도 있고, 믿을 수도 있고, 믿더라도 신이 아닌 다른 걸 믿을 수도 있고요. 자신을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제가 한번 해본 입장에서, 하나님을 믿어보는 일은 꽤 재밌었어요.

 

일단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남겨질 사람들에게 살짝 귀띔해주고 싶은 거죠. 하나의 경험으로서 뭐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각자가 판단할 일이겠지만 한번쯤은 신앙을 가지고 절실히 신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꽤나 괜찮다 이런 말. 강요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냥 딱 그 정도만 하고 싶어요.

 

* 박시열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siyeolpark, <Young in Seoul> 작업은 youngi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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