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은 김보선의 Names of Beauty

August 1, 2016

 

보선 씨는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일단 아름다움은 예쁨과는 또 다른 느낌의 단어라는 생각을 해요. 예쁘다는 말은 잘 모르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애완견에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아름답다는 말을 그렇게 쓰는 경우는 드물죠. 그건 아무래도 그 말들이 가진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쁘다는 말이 외적인 부분만을 묘사한다면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내면까지도 형용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더불어 한 대상이 가진 가치를 의미하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제게 아름다움이란 결국 가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저는 꽃다발을 보고 “아름답다!” 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꽃다발은 예쁘죠. 반면에 들판에 핀 꽃들은 제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요. 제 생각엔 그 둘이 가진 속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에요. 꽃다발의 꽃들은 예쁘게 보이기를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키워지고 다듬어지는 거 잖아요. 그렇지만 들판에서 꽃들이 망울을 터뜨릴 때는 그렇지 않아요. 그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거죠.

   

얼핏 보면 질서나 균형감각 없이 아무렇게나 피어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저는 그 꽃들을 보면 그것들이 활짝 피어나기까지 인고했던 세월들, 매서운 겨울바람이나 궂은 날씨와 같은 역경들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믿어요. 그 과정이 얼마나 혹독 했을지를 상상했을 때 비로소 그 꽃들의 가치를 확신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아름다움이란 그렇게 무언가를 깊게 들여다 볼 때 보다 또렷하게 관찰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보선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가치 있는 것이고, 가치란 대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럼 최근에는 무엇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셨나요?

  

개인적으로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해요. 가장 최근에 간 전시는 프리다 칼로 전이에요. 그녀의 그림을 보면, 사실 작품들이 마냥 심미적으로 예쁘거나 보기에 썩 편안하지는 않잖아요. 그 사람의 분노나 상처, 삶의 굴곡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작품들이니까요. 아마 그림 자체로만 놓고 보면 흉측하다거나 괴이하다는 감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배경을 알게 되면 그림이 달라 보이죠. 작가가 그려낸 게 단지 기교가 아닌 하나의 삶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거든요. 그 끔찍한 사건들 속에서도 슬픔을 딛고 붓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경탄스럽지만, 나아가 그 작품들이 가진 힘을 직접 마주하면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예요. 제가 최근에 느낀 아름다움은 바로 그런 거였어요. 

  

그러니까 보선 씨가 느끼시는 아름다움은 두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는 어떤 대상이 가치를 획득하는 과정과 그 가치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관찰자의 시선이요. 

  

네. 일단 가치 있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것을 보고 그게 가치 있는지 없는지를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굉장히 주관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도 얼마든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요. 다만 그 대상을 보고 내가 어떤 가치를 발견하느냐 하는 문제가 중요한 거라고 믿어요. 아마 세상 모든 건 다 나름의 가치가 있을 거예요. 문제는 그걸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의 역량인 셈이죠. 

  

만약 제가 어떤 대상을 보고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다거나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저는 그만큼 그것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 채로 살아갈 거예요. 그렇다고 그것이 아예 무가치한 것이냐면, 그건 분명 아니죠. 다만 제가 발견하지 못할 뿐인 거예요. 그러니까 아름다움이란 무얼 보든 그 대상의 가치를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죠.

  

말씀을 듣다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속담도 떠오르고요. 그렇다면 관찰자가 발견하기에 따라서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 범위와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거군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만약 누군가 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늦게 서야 알게 되었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때부터라도 새로운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거예요. 살다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곤 하잖아요. 서로를 사귀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친해지면서 그 사람의 모르던 면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세상도 그런 것 같아요. 살면서 우리는 세상의 많은 면을 발견하죠. 그때그때 나름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개인이 체감하는 아름다움의 총량도 늘어가는 거죠.

 

아름다움도 개인의 노력에 따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보선 씨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싶으신 지가 궁금해요 혹은 다른 분들께도 권해주고 싶은 방법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시죠. 

 

결국 사람인 것 같아요. 어쨌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사실 제가 그런 사람이 못되는 편이라 여전히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많이 귀 기울이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서로를 더 깊이 알게 하고, 그만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자주 제공해줄 거라고 믿어요.

 

요즘은 특히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래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께서 저를 키우시면서 근 이십 년을 넘게 해 오신 것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 일인지를 서서히 깨닫고 있거든요. 전에는 그저 감사하다고 생각했지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이 정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제 자신 뿐 아니라 제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까마득 하더라고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제게는 너무 자랑스러운 부모님을 향한 감사와 존경이 점점 커져가요.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도 더 절실히 느끼게 되고요. 그 가치를 조금씩 더 이해하는 것 같아요. 바라건대는 그렇게 모두가  가까운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이란 곧 가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것은 그게 소중하고 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귀함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하게 되는 요즘인데요. 자기 자신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잖아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귀함까지도 그렇게 절실히 인식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적은 편인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사람을 그저 객체로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귀한 존재로 바라본다면 아름다움도 훨씬 가까이에 있는 무엇이 될 거라고 믿어요. 아름답고 귀한 것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좋아요. 우리가 아름다움을 발견할수록 그런 좋은 일들은 점점 늘어날 거예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하나 더 여쭤볼게요. 말이란 늘 뱉는 그 순간엔 언제나 유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대화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지금 남길 보선 씨의 말이 보선 씨께서 남기실 마지막 말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제가 종교가 있는데요. 요즘 들어 깊게 생각하게 된 말씀이 있어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용서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성경에 나오는 말인데요. 굳이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공감한 건 아니고. (웃음)

 

만약 제가 죽을 때가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너그럽지 못했던 점이 마음에 걸릴 것 같아요. 더 많이 사랑하지 못했던 날들이 후회스러울 것도 같고요. 그래서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어요. 너무 거창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굳이 나의 이익이나 편리를 위해서가 아닌, 사랑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실천하고 느끼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김보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bosoniii_s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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