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 OF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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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한 신지호의 Names of Beauty

June 30, 2016

 

 

지호 씨는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한 마디로 정의를 하자면, 그건 경이로움이나 경외심인 것 같아요. 제가 아름다움을 빈번하게 느끼는 편이 아니라 대답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는데요. 그래도 평소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을 떠올려보니까 결국 자연에 수렴하게 되더라고요.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보다는 저절로 생겨나서 그 상태로 남아온 것들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인거죠, 저는. 

  

도쿄를 좋아해서 종종 여행을 가요. 최근에도 혼자 다녀왔는데요. 제가 그 도시를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도시 곳곳에 녹지나 강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거든요. 언뜻 보면 서울과 비슷하지만 군데군데 조그만 개울 같은 것들이 흐르는 걸 보면 분명 또 다른 느낌을 받아요. 도시와 사람들 사이에 자연을 배치해놓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해놓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여행 중에 제가 발견한 아름다운 장면을 찍어봤는데, 아마 이걸 보면 쉽게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도시에서는 이렇게 건물들 사이에서 강이 흐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그걸 보면서 저 스스로는 아, 나는 이런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거예요.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이네요. 그 큰 도시에 이런 여유로움이라니.

  

그쵸. 정말이지 요새 들어선 식물을 보면 그렇게 아름다워요. 그 이상의 아름다움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른 사람들은 물론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대상이라는 건 대개 그런 식이에요.

 

최근에는 그게 식물인 거고, 사실 오래 전부터는 하늘을 참 좋아했어요. 비행기를 타도 늘 창가 쪽에 앉아서 하늘을 찍어요.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늘 신비롭거든요. 제가 이렇게 높이 날고 있고, 저 아래선 여전히 사람들이 발붙이고 살고 있다는 게. 금방이라도 흐드러질 것 같지만 실은 무엇보다 단단해 보이는 구름들을 바라보면요. 그렇게 구름 속, 하늘 한 가운데에 있다보면 시공간을 초탈한듯한 느낌도 들어요.

  

그런 건 인간이 만든 게 아니잖아요. 사람이 만들었다면 거기엔 그의 취향이나 미적 기준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죠. 그렇지만 자연에는 그런 게 없어요. 애초에 그냥 그렇게 생긴 것들이니까. 자연의 본성이랄까요. 우리가 자연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그건 바로 자연이 스스로를 구성해냈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인간이 나뭇가지를 보기 좋게 다듬을 수 있죠. 그렇지만 나뭇잎을 창조해낼 수는 없어요. 만들어 냈다면 이미 자연이 아니죠. 

  

제가 아름다움을 경외심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예요. 자연이란, 도저히 우리가 해낼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인간의 힘으론 그 거대하고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믿어요. 물론 사람은 강하죠. 위대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것들을 발견하고 발명해왔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자연을 창조하지는 못하잖아요. 공원을 조성하고 꾸며놓을 순 있죠.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자연이 도와줄 때만 가능한 거예요.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언제라도 인간은 겸손하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서울에서 그런 아름다움을 느낄만한 장소를 알고 계신가요?

  

서울에도 숲이나 공원이 꽤 있는 편이라 그런 곳에 가도 좋기야 하죠. 그렇지만 아름다움은 반드시 그런 장소에만 묻어 있다기 보단 뭐랄까, 어떤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전에 한남대교를 오가며 출퇴근 한 적이 있어요.

 

퇴근할 때가 되면 노을이 지곤 했는데 그때 하늘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해가 떨어지면서 남은 빛이 하늘을 분홍으로 물들면 그게 하나의 오로라 같기도 하고 형상 같기도 했죠. 그게 꼭 한남대교 위여서 아름다웠던 걸까, 그건 잘 모르겠어요. 분명 그 하늘이 아름답기는 했는데 아마 다른 곳에서 그 하늘을 봤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좀 다른 이야기이기도 한데, 실은 경이로움의 측면에서 사람이 만든 도시의 야경도 아름다운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름다움을 자연이라고 하지 않고 경이로움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도, 가끔은 야경이나 커다란 건물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었어요.

 

자연을 만들어 내는 일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이렇게 해놓고 산다는 게 한편으론 참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우리도 그저 원시인일 때가 있었는데 (웃음) 결국 이렇게까지 해냈구나 싶은 기분이 들면, 그 뒤엔 아름다움이 뒤따라 와요.

  

일단 제가 느낀 것까지만 말씀드리자면 그래요. 제가 자연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그게 경이롭기 때문이에요. 만약 에펠탑이나 두오모 성당을 직접 보게 된다면 경이의 범위가 더 넓어질 수도 있겠죠. 그러나 지금까지 제가 느낀 경이로움은 대개 자연의 것이었으니까. 당장은 자연의 예를 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앞으로 제가 보게 될 것들이 무수한 만큼 제가 인식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어디까지 넓어지게 될지도 궁금하구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칠 텐데요, 그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나눈 이 대화가 지호 씨의 마지막 대화라고 가정하고요. 이 모든 말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가요.

 

문득 한 문장이 떠오르는데요. ‘Nothing is forever'.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요. 딱 한 문장만 해야 한다면 이 말을 남기고 싶어요. 나라는 존재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만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실은 저도 물욕이나 소유욕이 심한 편이기는 한데, 그런 거야 죽고 나서 무슨 소용이겠어요. 모든 게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 욕심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 야근 말고 퇴사를 해라! (웃음)

 

* 신지호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summerhazeinda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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