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지혜인의 Names of Beauty

June 3, 2016

 

혜인 씨에게 아름답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면서 바로 떠올랐던 건 예술이었어요. 평소에 르누아르를 좋아하거든요. 르누아르 그림을 보면 전반적으로 따뜻한 정서가 있잖아요. 선이 분명하거나 또렷하지 않고 오히려 흐릿하다고 해야 할 텐데, 그런 화풍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행복감이 좋아서요. 일단은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가진 그런 고유한 특징이 제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럽 여행을 갔을 때 미술관을 들린 적이 있어요.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쭉 늘어서 있었는데 그중에서 바로 눈에 들어오는 그림 한 점이 있는 거예요. 처음엔 누구 작품인지도 모르고 마냥 좋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르누아르였던 거죠. 아, 내가 이 사람의 느낌에 끌리는 구나 하는 실감이 그때 났어요.

 

요즘에 생각하는 건 사람에 관한 거예요. 사람은 언제 아름다운지. 학교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끔 정말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잖아요. 더 알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보면 대개 자기만의 색깔 같은 걸 다들 가지고 있더라고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그런 고유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고유함이라고 하는 건 말로는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왜 아름다운지를 설명하다보면 말이 자꾸 겉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결국 한 사람의 특성이라고 하는 건 하나의 느낌이고, 그건 느낄 수 있을 뿐이지 말이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한 사람을 보면서 우리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마 느낌 때문이겠죠.

 

그럼 말씀해주신 르누아르의 그림과 아름다운 사람 사이의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말하자면 고유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르누아르의 그림이나 어떤 사람이 아름답다면 그건 적어도 그들이 다른 무엇과는 분명히 다른, 고유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물론 고유함이라고 하는 게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 또 고유한 것들이라고 해서 전부 아름다운 것도 아니죠. 그렇지만 저는 고유하지 않은 것들을 두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는 없네요.

 

예를 들어 소개팅을 나가도 그래요. 사람이 참 말끔하고 외모도 준수하고 성격도 착실하지만 그 사람만이 가진 무언가, 이를테면 자신만의 세계가 없다면 확 끌리지 않는 거죠. 그냥 좋은 사람으로 알고 지낼 수는 있겠지만 서로에게 유일한 관계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성이나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말씀하셨다시피 고유한 것들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잖아요. 또 어떤 것은 그것이 분명 고유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여기서 고유함이란 일종의 필요조건인 거죠, 충분조건이라기 보단. 말하자면 피카소의 그림, 특히 입체주의 시대의 피카소는 정말 독특해서 누구나 단박에 그 사람 작품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고유하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피카소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제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그걸 아름답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제 호불호고, 세상엔 피카소를 좋아하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누가 뭐래도 피카소의 작품들은 고유하잖아요. 만약 피카소의 작품들이 특색 없이 밋밋하기만 했다면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으리라 믿어요.

 

제가 보기에 무엇이 고유하기만 하다면, 그건 적어도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다음은 그 독특함이나 특질을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되는 거죠. 혹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떤 것은 고유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믿어요. 일단 고유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거죠.

 

혜인 씨는 어떠세요? 스스로 고유하다고 생각하시는 편인가요?

 

물론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스스로는 아직 제 고유함을 찾고 있는 중이에요. 사실 요즘의 고민도 바로 그런 거예요. 일단 고민하고 있으니까 머지않아 찾게 되지 않을까 하고 나름 기대하고 있어요. 빨리 찾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시고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글쎄요. 만약 이게 마지막으로 남는 말이라고 해도 그냥 아무 말도 남기고 싶지 않네요. 말을 한다고 해도 전하고 싶은 모든 걸 다 전할 수가 없기도 하고, 또 완전히 전해지지 않은 말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래서 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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