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 OF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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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다섯 번째 여름을 만난 정수린의 ‪‎Names of Beauty‬

May 31, 2016

 

수린 씨는 무엇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시나요?

 

대답을 준비하면서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 혹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을 쭉 한번 돌아봤어요. 현대미술을 굉장히 좋아해서 많이 찾아보는 편이거든요. 덕분에 아끼는 작품들을 늘어놓고 그 속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결국 나름의 공통점이랄 만한 요소를 발견했는데요. 제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작품들은 형태가 잘 갖춰진, 말하자면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가 잘 된 모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큰 벽에 난 구멍을 온갖 물건들로 틈 없이 꽉 메우는 작품 같은 것들이요.

 

그걸 알아차리고 나서 내가 과연 이런 걸 왜 좋아할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사실 아직 정확한 이유를 짚어 말하기엔 어려워요. 아마 숙고가 더 필요한 부분일 텐데,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의 의견을 갖게 되기는 했어요. 이를테면 아름다움이란 ‘완벽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요. 완벽한 것이 아닌 완벽한 것 같이 보이는 것들이 아름답다고요.

 

굳이 완벽한 것이 아닌 ‘완벽해 보이는 것’을 아름답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뭔가요?

 

제 생각에 완벽함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란, 아름다움보다는 어떤 숭고함이나 놀라움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대신 완벽함에 다가갈수록 그 과정이나 형태의 측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완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제가 또 사전을 찾아봤어요 (웃음). 보니까 사전적으로 완벽함이란 흠이나 결함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제 생각에 흠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더라고요.

 

결국 완벽함 역시 하나의 절대적인 관념이 아니라 개인의 기준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주관적인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우리는 이상형이라는 단어로 완벽한 대상을 지칭하고는 하는데, 그 이상형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이런 식으로 완벽함이란 것도 실은 개인차가 있는 것이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 역시 개인적인 편차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인의 기준에 따라 완벽함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면, 수린 씨에게 완벽함이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아마도 제게 완벽함이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제게는 남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취향이 있고, 이것을 충족하는 무엇이 있다면 저는 그것이야말로 제게 있어 완벽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수린 씨는 ‘완벽해 보이는 것’을 아름답다고 말씀하셨고, 완벽이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수린 씨께 아름다운 것이란 수린 씨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요?

 

약간 주저하게 되기는 하는데,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 정리한 바대로라면 그렇게 말하는 게 옳겠죠. 그렇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오면 또 흔들릴 수도 있고 (웃음).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제가 매일 아침 출석 스터디를 해서 학교에 일찍 가거든요. 언젠가 하루는 등교하는 시간이 일출이랑 겹치더라고요. 덕분에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예요. 아직도 그 잔상이 남아있을 정도로요.

 

지금 생각하기에 제가 그 순간을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평소에 나무나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즐기고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거기 있던 온갖 요소들, 햇빛이나 나무, 아침의 공기, 맑은 날씨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덕분이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 그 순간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종합적으로 배치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만이 제가 좋아하는 전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 장면이 제게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빠짐없이 들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일부 결여했기 때문인 셈이죠. 말하자면 그 순간은 제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른바 완벽해 보이는 순간이었던 거예요. 그게 바로 제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고요.

 

하나의 대상이 한 개인의 모든 취향을 종합적으로 만족할 순 없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렇지만 만약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한다면, 수린 씨께서는 그걸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고 보시나요?

 

그건 압도적인 아름다움이라기 보단 일단 감탄의 대상이자 경탄을 자아내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아마도 그 다음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서서히 아름다움을 발견해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아름다움과 압도적인 숭고함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를 돌아봐도 그래요. 가끔 스스로 제 삶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어요. 그날 하기로 계획했던 일들을 다 끝낸 날들이 종종 그런데요. 사실 일과를 완수했다고 해서 하루 24시간 중 일초의 낭비도 없이 살아낼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누군가 그걸 해낸다면 그건 아름답기보단 차라리 대단한 일이 되겠죠. 마찬가지로 제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건 모든 게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과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태도 덕분이라고 믿어요.

 

깊이 고민하신 말씀을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대화를 마치면서 뭔가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해주실까요. 마지막 말, 이것이 어쩌면 수린 씨의 마지막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마지막으로 뭔가 한마디를 남겨야 한다면, 후회하지 말자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후회하고 늘 망설이면서 사는 건 불행한 일이니까요. 하기야 저도 늘 후회하면서 살고 있는 처치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겠냐만(웃음), 이건 제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니까요. 가능한 후회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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