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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전진영의 ‪‎Names of Beauty‬


진영 씨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듯 싶은데요. 평소에 맑은 날을 좋아하거든요.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같은 거요. 색깔로 치면 쨍한 원색의 느낌이랄까. 그런 식으로 제가 선호하는 것들을 쭉 나열해놓고 공통점을 찾아보니까 '깨끗함'을 꼽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물론 대상에 따라서 기준은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더럽다는 말의 반대편에 있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요. 반드시 깨끗한 것이 아름답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더러운 것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리라 믿거든요.

그렇다면 깨끗함과 더러움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무엇을 더럽다고 한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텐데요.

가시적인 불결은 사실 금방 알아챌 수 있잖아요. 이물질이 묻었거나 때가 탄 것은 쉽게 더럽다고 구분 할 수 있고 이런 물리적 더러움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더러움이겠죠. 말하자면 마음씨가 고약하다거나 생각이나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을 보고도 더럽다는 말을 쓰니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전 솔직하지 못한 마음을 더럽다고 여기는 편이에요. 솔직하다는 건 옳은 것과 또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여기 만약 백 명이 있다면 거기엔 곧 백 개의 생각이 있는 셈이잖아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깨끗함과 더러움을 판단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다소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을 더럽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죠. 다만 우리는 솔직해질 수 있을 뿐이에요. A라고 생각하면서 B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태도랄까. 다른 사람의 의견에 묻어가면서 본심을 숨기거나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그것만큼은 더러운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단순히 뭐가 묻어서 그걸 지워내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본질을 감추려는 의도 자체가 불결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진영 씨에게 아름다움은 더럽지 않은 것을 의미하고 더러움이란 곧 솔직하지 못함을 의미한다면, 솔직함도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을까요?

벤다이어그램 같은 걸 그려서 이걸 도식화한다면 아름다움과 솔직함이 공유하는 면적이 분명 어느 정도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솔직함이 아름다움에 전부 들어가 있는 형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솔직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모습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더러움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거예요. 더럽지 않은 것들이 간혹 아름다움의 구성을 이루고 때로는 전부를 구축하기도 하겠죠. 요컨대 무엇이 아름답다면 제게는 그것이 깨끗해서 라기보다는 최소한 더럽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더러움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더러운 것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적은 없거든요.

살다보면 ‘더럽지 않음’을 유지하는 일도 참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진영 씨는 어떠신가요, 아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사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아름답기를 바랄 거라고 믿어요. 그렇지만 그게 아주 쉬운 일만은 아닐 텐데, 저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예요. 직장에서도 그렇고, 연애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일상을 지내다 보면 종종 솔직하지 못할 때가 있죠. 매번 아름답기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저에게도 아름답지 못한 모습은 분명 있어요.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아름답지 못한 순간에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에요. 아름답지 못해도 문제없다고 여기면서 그런 면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아름답지 못한 순간을 인정하고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아름다움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저도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면서 아름다움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잘 안될 때도 있지만요.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남기고 싶은, 어쩌면 이게 마지막 말이라고 가정하고 끝내 남겨두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려요.

만약 마지막이라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뭣보다 중요하다는 말 정도는 남기고 싶어요. 남겨질, 혹은 남아 있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그런 거예요. 자신을 더 사랑하라고.

산다는 건 때로 아주 벅찬 일이기도 하고 가끔 녹록치 않는 일이기도 한데, 그 모두를 그래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믿거든요.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나가야 하는 법이잖아요. 나만큼은 확실하게 나의 편이 되어 주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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