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 OF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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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릭 이상준의 ‪‎Names of Beauty‬

May 16, 2016

 

상준 씨에게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렸을 때 한번은 제가 좋아하던 연예인 사진을 쭉 모아놓고 거기서 어떤 공통점을 찾아보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보니까 다들 눈썹이 일자(一)더라고요. 그 시도를 해보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었거든요. 그 때 느낀 게, 아름다움이라는 건 발견하기 전에 이미 느끼고 있는 무엇이라는 점이었어요.

 

그게 고등학교 1학년 땐가 그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중2병 같은 게 아직 남아있어서, 제가 뭐든 다 아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제가 느끼는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사실은 어떤 룰이나 공통점에 의해서 규정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렇다면 그 룰이 곧 상준 씨가 느끼는 아름다움이 되는 셈인가요?

 

그렇게 단정하기엔 아름다움이라는 게 너무나 복잡하고 거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 질문을 받고 일단 생각한 것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폭력일 수 있겠다는 점이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름다움을 잘 느끼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는 옥상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어요. 집 옥상에 올라가면 작은 빨간색 벌레들이 난리를 치고 또 저쪽으로 보면 아주 멀리서 강벽북로도 보였는데, 밤이 되면 그 다리 위를 지나는 차들이 마치 벌레들 마냥 반짝거리는 걸 봤어요.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아름다움은 그렇게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 있는 거예요. 이걸 정의하라는 질문은 제게는 폭력이 될 수밖에는 없어요. 우리는 아름다움이 뭔지 모르니까요. 더군다나 우리는 아름다움의 어떤 점에 대해 알지 못하는지도 알지 못하잖아요. 그런 건 그냥 있는 거예요.

 

제가 일자눈썹을 아름답다고 여기기 훨씬 이전부터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꼈듯이, 아름다움은 정의 내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 거예요. 그냥 느끼면 그만이니까.

 

그럼 상준 씨에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은, 그 대답이 아름다움을 제한하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그 마음을 종잡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오늘 내가 아름다움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린다고 해도, 이게 언제까지 유효할지 저는 전혀 모르겠어요. 그럴 바엔 꼭 그걸 정의 내릴 필요가 있겠어요? 아니라고 봐요.

 

이 인터뷰의 의도가 아름다움을 구획하고 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여기서 인터뷰를 접어야 할까요? (웃음)

 

물론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 자체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낄 때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름다움이라는 건 이렇게나 분명한데, 이게 도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인지를 알고 싶은 마음도 당연한 거죠.

 

그렇지만 제가 지금 거기에 대답하는 건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에요. 제게는 너무 많은 것들이 아름답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도 무수히 많을 거예요.

 

굳이 아름다움에 대해 한 마디를 보태야 한다면, 저는 그것이 불시에 닥쳐오는 것이라는 의견은 있어요. 그건 우리에게 갑자기 다가오는 무엇이고, 그것이 다가오기 전에는 우리는 그게 정말 아름다움인지 알 수 없죠.

 

이 인터뷰가 요구하는 것은 아마도 그것이 끼쳐오는 순간의 공통점일 텐데, 아직 저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어요. 또 그걸 알면 너무 슬플 거 같기도 해요. 만약 그 정체가 밝혀진다면 그걸 제외한 모든 게 아름답지 않은 게 되는 셈이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름다움에 대해 정말 중요한 부분은, 아름다움이 다가왔을 때 그걸 제대로 느끼는 거예요. 알려고 노력하면서 진짜 아름다움을 지나쳐 보내는 것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에 몸을 던지는 게 더 의미 있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자, 그럼 상준 씨,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남기고 싶은 말이요? 있죠. 근데 저는 그냥 그런 말이 있다는 것만 알아요.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웃음) 만약 이게 삶의 마지막 말이 된다고 해도 저는 이대로 이야기할 거예요. 그중에서 남겨지는 게 남게 되겠죠. 구태여 제가 애쓸 필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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