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중인 라디오작가 이성혜의 Names of Beauty

성혜 씨,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조화로움 속의 질서' 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말하자면 저는 자기 자신의 자리에서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면서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면 아름다움을 느껴요.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 중에는 원칙이나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 모습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면, 그래서 저는 원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믿어요. 사람들이 그저 제 위치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와 동시에 우리가 약속한,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는 것까지가 아름다움의 조건인 셈이죠.
그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자기 할 일을 하는 삶과 거기에 더해 원칙까지 준수하는 삶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도둑들은 타인의 물건을 훔치는 걸 자기 본분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거라고. 그런데 우리가 강도나 다른 범죄들을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아름다움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거기에 결여된 게 바로 원칙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단지 제 역할을 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최소한의 윤리적 의식을 가지고 규칙을 지키는 태도까지가 아름다움인 거죠.
그럼 성혜 씨에게 그 최소한의 규칙이란 무엇인가요?
보편적으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은 아무래도 법이 아닐까요. 물론 법이라고 해서 다 완벽하고 확실하지는 않죠. 그래도 사회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거치면서 다듬어진, 문명화된 기준이잖아요. 저는 그게 우리로 하여금 최소한의 윤리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법대로 살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성혜 씨가 일상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예로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매일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선 사람들이 PD나 작가, DJ, 엔지니어 같은 식으로 역할을 맡아서 방송을 하거든요. 근데 가만 보면 그 역할들 사이에 균형이 있고, 또 서로가 존중하는 선이 있어요.
여기까지는 PD가 맡아서 하고, 또 여기는 작가의 영역이고 하는 게 있어서 그걸 서로 조심하면서 믿어줘요. 그야말로 최소한의 규칙은 지키되, 각자가 맡은 역할은 실수 없이 해내는 조화롭고 유기적인 협동 관계랄까.
그렇게 하루 방송을 딱 끝내고 나면 아름다움을 느껴요. 우리가 착착 손발을 맞추면서 해낸 것들이니까요. 그게 바로 사람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어우러지는 모습이기도 하고.
사실 개인적으로 아직 아름다움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대답을 준비하면서 최소한 이것만큼은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걸 추려봤어요.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다듬어 나가야겠죠.
감사합니다. 마치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씀을 있으시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게 결국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흔한 말이긴 하지만 제겐 정말 소중한 다짐이기도 하고요. 엄마도 항상 그렇게 말씀하세요. 엄마도 본인의 최선을 다해 본분을 해낼 테니, 딸도 맡은 자리에서 후회 없이 살아보라고. 그게 또 제가 이야기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