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덕후 진일석의 Names of Beauty

일석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해요.
저는 불완전한 것들, 말하자면 아직 완성되지 못하고 부족한 것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것만이면 별로일지도 모르는데, 정확히는 부족함을 채워가려고 하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그런 태도가 제게는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럼 일석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불완전한 상태인가요? 아니면 그 불완전을 극복하기 위한, 이를테면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인가요?
후자에 더 가까워요. 특히 사람들의 경우에는요. 어떤 면에서든 완전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불완전함은 어쩌면 필연인데, 그 부족한 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면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믿어요. 그 방식은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이고, 아마 한 사람의 고유한 매력이란 그 각기 다른 방식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근래의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실제로 그런 매력을 느끼게 한 사람이 있다면.
친한 친구가 있어요. 깊은 트라우마가 있는 친군데, 가끔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 좀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그 속사정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면도 분명 있거든요. 그 친구도 당장 힘들 때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충동적인 행동들을 해요. 누구에게나 도저히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닥쳐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진정이 되면 그때는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힘들어하는데, 그런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래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보려고 하는 모습, 괴롭고 힘든 길이지만 피하지 않고 걸어가려는 마음이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지라도. 일단 그런 자세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매력적인 거죠.
누구나 그런 것처럼 아마 일석 씨도 불완전한 존재일 텐데, 일석 씨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하시는 노력이 있을까요?
일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인정하고 남에게 보이는 순간 약점을 들키게 될까 두려운 거죠. 내 부족함을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어쩌면 자존감을 깎아먹는 행위가 될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그런 점들을 마냥 감추기보다는 나의 불완전함, 그러니까 미숙함이나 약한 부분을 인정하고 때로는 자신의 비이성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까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예 그런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않는다면 개선이란 영영 불가능한 거잖아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대면하고, 없어 보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는 이래, 난 이런 사람이야 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으려는 거예요.
사실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저의 과오나 예전에 저지른 잘못들, 또는 가끔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제 성격들을 털어놓는 순간 혹시나 그들과 멀어지지 않을까 겁이 났거든요.
그렇다고 진짜인 나를 숨기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는 건 연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라리 드러내놓고 솔직하게 사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오히려 관계를 더 신뢰 있고 오래 끌고 갈 수 있게 해주리라고 믿어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는 지금 이런 사람이지만 지켜봐 달라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은 여러모로 제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여기 머무르지는 않겠다고요. 그런 고백을 통해서 저도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이 제게는 아름다운 거고요.
감사합니다. 마치면서 혹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에 그냥 드는 생각은, 늘 먼 곳만 바라보다가 놓치고 만 것들이 참 많았구나 하는 거예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되려 갈등들을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관계도 그렇고요. 지금 맺고 있는 관계가 미래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모르는 일을 앞서 걱정하는 대신 그 관계가 주는 지금의 행복에 더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