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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김첨지 김근형의 Names of Beauty


근형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영상 촬영을 하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좀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뭔가를 찍고 집에 들어오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컷들이 있거든요. 수많은 장면들이 있고, 이제 그걸 편집하는 건데.

일을 할 때는 그냥 구도가 좋은 그림, 선명하게 잘 나온 샷들을 쓰면 돼요. 물론 그걸 어떻게 배열하고 갖다 붙이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기본적으로 쓸 만한 장면을 고르는 건 확실한 기준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게 과연 아름다운 것이냐 하면 선뜻 대답을 하기가 힘들어요.

아름다움에 대해선, 대신 이런 기억이 나요. 여자친구에게 500일 기념으로 영상을 하나 만들어 준 적이 있거든요. 그 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다 훑고 고르면서 삼 분짜리 영상을 만든 건데, 만들고 나서 보니까 문득 이게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잘 찍은 사진들은 아니거든요. 막 흔들린 사진들도 있고 급하게 찍은 것들도 있고. 그런데 그런 우연치 않게 포착된 장면에서 우리의 어떤 꾸밈없는 모습들, 자연스럽고 연출되지 않은 진짜의 순간들이 남아있는 거예요.

꾸미지 않은 모습이라. 그게 어쩌면 아름다움의 단초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연인들끼리 뭐 화보 찍는 것처럼 포즈 딱 잡고 찍지는 않잖아요. 제가 선물한 영상도 사실 그냥 자연스럽게 서로의 모습을 담아낸 거예요. 영상 자체로만 본다면 조악할 수도 있죠. 사진들에 음악 깔고, 자막으로 편지 쓴 게 다니까.

그런데 거기엔 그런 게 있었어요. 너와 내가 서로를 그대로 보여주고 들여다본 시간들. 영상을 만들면서 그 순간들을 쭉 돌아보니까 아, 그 시간들이 정말 아름다웠구나, 우리가 참 아름답게 만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건 시각적으로 예쁨을 느끼는 것과는 좀 다른 영역인 거 같아요.

어머니 이야기를 좀 하면요. 어머니는 집에 계실 때 늘 같은 옷을 입고 계시거든요. 어디에 뭐가 좀 묻어도 개의치 않고 그냥 매번 똑같은 걸 입고 계세요. 아들 앞이라고 막 화장하거나 옷을 신경 써서 차려입으시지 않으시죠.

보통 아름다움이라고 하면 성스럽고 고결하고 순수한 것들을 떠올리는 것 같은데, 전 좀 달라요. 꼭 그렇게 대단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어머니는 아름다워요. 늘 꾸밈없이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시니까. 물론 어머니도 밖에 나가실 때는 한껏 치장을 하시지만, 그래도 저에게만큼은 거짓 없는 본 모습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영상도 그렇고 어머님도 그렇고, 근형 씨에게 아름다움은 결국 꾸미지 않는 데에서 오는 무엇이라는 말씀이시죠.

맞아요. 꾸미는 것은 어쩌면 예뻐 보일 수 있죠. 보기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아름다움은 또 다른 것 같아요. 그건 단순히 시각적으로 볼 만한 것에 그치는 무엇이 아니라 보다 자연스럽고 애써 보태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다음에 생각을 엄청 했어요. 직장에서도 실장님한테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하시냐고 여쭙기도 하고(웃음). 그런데 고민이 길어지니까 자꾸 말을 더하게 되더라고요. 해서 나중엔 지어내지 말아야겠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보자 싶었어요. 단순하더라도 결국 꾸밈없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더 할 얘기가 있으면 참 좋은데, 생각이 안나요(웃음). 일주일 동안 고민을 했는데도. 그래서 딱 없는 걸로 할게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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