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S OF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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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심상욱의 Names of Beauty

April 14, 2016

 

좋은 곳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있는 공간이라 그런지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러빙핸즈라는 봉사단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고, 여기는 최근에 마련한 작은 책방이에요. 문을 연지는 얼마 안됐어요. 요새는 이렇게 커피도 내리고 책도 판매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상욱 씨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여쭤볼까요.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사실 사랑에 관한 거예요. 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중에서도 부부 간의 사랑이 특히 그래요.

 

누군가를 만나서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사실 우리는 서로의 많은 면을 알지 못한 채 빠져들잖아요. 말하자면 사랑에 빠지는 일은 굉장히 순식간에 벌어지는데, 그 뒤로 우리가 서로를 감내하고 이해하면서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이 필요한 거죠.

 

더군다나 결혼을 해서 한 사람과 살아가는 일은 종종 수십 년이 걸리는 법이기도 하잖아요. 요새는 그런 면을 좀 고민 하고 있어요. 무엇이 도대체 우리를 그렇게 살게 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지난 5년 정도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어요. 그중에는 짧은 연애도 있었고 긴 교제도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랑을 길게 끌고 가는 원동력이 뭘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 거죠.

 

그래서 그 답을 좀 찾으셨나요?

 

답이라기 보단, 요새 드는 생각은 이런 거예요. 서로를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마음이 결국 사랑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무엇이지 않을까.

 

누구와 교제를 할 때도 서로의 전부를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건 숨길 수도 있죠. 

 

그런데 결혼을 하면 또 다른 것이, 이건 같이 사는 거니까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부분을 들키고 목격하는 관계가 되죠.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서로의 치부를 얼마만큼 포용해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자면 그래서 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게 아름다움은 사랑이고, 사랑이란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주는 마음이라고. 

 

수많은 종류의 사랑 중에서 굳이 부부의 사랑을 특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부모님을 좀 관찰할 기회가 있었어요. 한창 청소년기에는 부모님께서 사이가 별로 안 좋으셨거든요. 그래서 한때는 왜들 저러고 사실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그러다 최근에 아버지께서 편찮아지셔서 굉장히 나약해지셨어요. 어쩔 수 없이 어머니께서 수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솔직히 저는 그런 걸 못하겠거든요. 아무리 아들이지만 배설물을 치우고 다 받아주고 하는 것은. 

 

그런데 어머니는 그걸 하시는 거죠. 아무런 불편한 기색 없이 그냥 묵묵히 하시는 거예요. 전혀 거리낌없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두 분의 사랑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세상엔 부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예요. 평생 같이 살아온, 또 그렇게 살아갈 사람들끼리만 가능한 일들이요. 결국 부부라는 건 나약하고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감싸주는 관계니까요. 

 

정리하자면 상욱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취약하고 볼품없는 모습까지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자주 다투시던 두 분이었는데 한사람이 아프고 유약해지니까 그때야 사랑의 본모습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해보는 거죠.

 

가만 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오래 동안 누군가와 관계 맺는다는 일이란.

 

결국 관계가 중요한 것 같아요. 부부 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어떤 관계든 그걸 잘 맺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시에 그게 참 어렵다는 걸 느끼고.

 

러빙핸즈에서는 제가 한 아이를 멘토링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와 맺는 관계도 그래요. 때때로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어도 서로 맞춰가야 하는 거죠. 제가 어른이라고 해서 함부로 끌어당기는 건 바람직한 관계가 아니니까. 

 

종종 아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랑을 하는 거죠. 그 아이의 투정부리는 모습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연습을 하시는 거군요. 조만간 부부의 사랑이라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구현할 계획도 있으신가요?

 

계획은 늘 있죠(웃음). 결혼은 꿈이에요.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없어서. 그치만 머지않은 날에 꼭 좋은 분과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구현해보고 싶네요.

 

* 러빙핸즈에서 운영하는 초록책방에 대한 정보는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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