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덕후 김화진의 ‪Names of Beauty‬

April 8, 2016

 

화진 씨가 느끼는 아름다움을 하나의 문장이나 단어로 정리할 수 있으신가요?

 

하나로 정리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항상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건 '약한 것'들에 관한 거예요. 약한 것은 아름답고, 약해서 슬픈 순간이 종종 아름다운 순간과 겹치고, 결국 약한 것이 강해지는 때를 목격하곤 하거든요.

 

약한 것이 아름다움이라. 예를 들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약하다고 느껴서 지키고 싶은 아름다운 것들은 문학이에요. 아무데도 소용없다고, 쓸모없다고 자주 일컬어지는 것들이 힘없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하나하나의 문학 작품, 자체만으로 고유한 시와 소설은 분명하게 아름답죠.

 

어쩌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은 쓸모없음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 그게 저에게는 문학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것일 수 있겠죠. 무쓸모한 것들이요.

 

아름다움은 그렇게 너무도 개별적인 것이고, 저에게는 그것이 아무런 효용이나 기능이 없더라도,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단독의 것이어서 감동적일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화진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구실도 하지 않아 외면 받고 홀대받는다 하더라도 끝내 거기 있는 것들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맞아요. 저에게야 그게 문학인 것이지, 노래도 미술도 그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실용의 가치로서가 아니라 단지 고유의 아름다움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해요.

 

예술이란 게 사실 그런 거잖아요. 그게 꼭 어떤 용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선과 색의 조화로써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

 

화진 씨에게 그것이 하필 문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림도 음악도 다른 무엇도 아니라 문학인 이유요.

 

저도 아직까지 전부 파악은 못 했지만 몇 가지 이유는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언어의 한계를 알면서도 언어를 믿어요. 모어의 힘도 믿고요. 그래서 이민을 못 가요. (웃음)

 

문학 작품은 가장 모어의 속살까지 닿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열심인 예술이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그 문장들 하나하나가 너무 감탄스럽고 아름다웠고.

 

또 다른 이유는 읽고 쓰는 행위에 대한 애정에 있어요.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보다는 조금 느리고 천천히 해야 하는 것, 특히 소설은 그 많은 단어와 문장들이 쌓여서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고 좋았어요.

 

아마 약간 촌스러운 제 취향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제 취향이 촌스럽다고 하면 제가 좋아하는 수많은 문학 작품들에게 누가 되지만 그것들이 촌스럽다는 게 아니고 제 성향이… 약간 좀 뜨겁고 끈적끈적하고 쿨하지 못한 것 같아요.

 

문학은 그런 제가 빠져들 수 있는 영역인 것 같더라고요. 세상의 속도 보다는 더딜 수 있지만 깊고 진하고. 그들끼리 옹기종기 모인 듯 조용하고 담담하지만 안으로는 무엇보다 끓고 있는. 제게 문학이란 그런 거였거든요.

 

말씀 감사합니다. 마치면서 최근 아름다움을 느꼈던 소설 한두 편 추천을 부탁드릴까요.

 

너무 많은데. 일단 윤이형 작가의 「러브 레플리카」는 정말 약자들의 슬픔 덩어리예요. 그걸 작가의 상상력과 섬세한 시선으로 다듬은 것이고.

 

또 권희철 평론가가 팟캐스트에서 권여선 작가의 「봄밤」이라는 단편 전문을 읽어주셨는데, 그건 힘들 때마다 돌려들어요. 그 소설 때문에 김수영 시인의 시 「봄밤」도 좋아하게 됐고요. 곧 소설집으로도 묶여 나온다는데 너무 갖고 싶고.

 

단지 한두 권 추천을 부탁드리려고 했는데 본편보다 길어질 거 같은 느낌이네요. 감사해요. 일단 두 권을 다 읽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문학 추천해달라고 하면 정말 끝이 없어요. 하나만 더 소개해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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