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엘 패션에디터 임건의 ‪Names of Beauty‬

April 6, 2016

 

건 씨는 아름다움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름다움의 기본 성립 조건은 ‘새롭고 낯선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새로운 모든 것이 전부 아름다울 수는 없고, 거기에 개인의 기호나 취미 판단이 곁들여지겠죠.

 

말하자면 제게 아름다움은 개인 감관의 취미 판단으로써 느끼는 일련의 '쾌'한 것들인데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 말하자면 '쾌'의 제 1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새로움과 낯섦인 거죠.

 

건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그러니까 참신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네요. 이런 의문이 들어요. 익숙하고 오래된 것들로부터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과연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익숙한 것 중에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사례가 있다면.

 

이를테면 오래 만난 연인 사이에 들어찬 안락함이나 유구한 건축물이 가진 어떤 아우라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도 있겠고요. 흔히 ‘전통미’라고 부르는 거요. 

 

오래된 관계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사람은 시간 속에서 항상 변하는 존재잖아요. 그런 존재들의 관계라는 것 역시 늘 들끓고 식기를 반복하는 것이고요. 만약 어떤 순간에 익숙한 누군가를 문득 아름답다고 느꼈다면 그건 당시의 상황와 환경, 그리고 관계의 맥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거죠.

 

다 안다고만 생각했던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을 마주했을 수도 있고요. 단순히 평상시에 느끼는 익숙함과 편안함, 그리고 안식이 미의 영역은 아닌 거 같아요.

 

오래된 건축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여기 고궁이 있다고 하면, 우리가 그걸 매일 바라보면서 늘 같은 모습에 비슷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않잖아요.

 

누군가 갑자기 그 건축물이 아름답다고 느꼈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매일 보던 처마라고 해도, 별안간 뒤쪽으로 석양이 걸리면 그것만으로 괜히 눈물날 만큼 아름다울 수 있고요. 그간 보지 못했던 장면일 수도 있고 그게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감정을 환기시켰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해서 새로운 면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죠.

 

요컨대 오래된 것이라고 해도 아름다울 수 있는데, 그것은 오래된 것들이 쌓아놓은 시간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야말로 새로이 다가오기 때문이라는 건가요?

 

비슷해요. 무엇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뭐랄까 좀 안일한 생각과 판단 같아요. 오래됐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시간이 쌓이면서 획득된 어떤 요소가 어떤 순간에 누군가를 만나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거죠.

 

매달 잡지를 만들면서도 그런 기준으로 소재나 글감을 고르시나요?

 

사실 모든 것을 그런 식으로 추려내지는 않지만, 그게 가장 주요하게 작동하는 기준이긴 해요. 잡지는 미의 각축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갖 것들의 광장이니까요.

 

감사합니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글쎄요, 다 한 것 같아요. 이제 사진만 찍으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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