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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는 금상준의 ‎Names of Beauty‬


상준 씨는 아름다움이 뭐라고 생각해요?

조금 오그라드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전 '지금'이라는 순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을 온갖 말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결국 아름다운 것이란 지금이 아닐까.

지금이라는 건 돌아올 수도 없는 거고, 돌이킬 수도 없는 거고. 그냥 거기서 끝나는 거잖아요. 물론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고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의 지금이 아직 여기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럼 상준 씨에게 아름다움은 하나의 순간인 건가요?

그렇다기 보다는. 어쨌든 일분일초의 지나온 찰나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거고, 앞으로의 나 역시 그렇게 만들어 지는 것이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지금들과 거기에 속한 것들은 무수히 많은 지금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있게 되는 거고.

보이는 것들이 다 스쳐지나간 뒤에는 꼭 어떤 흔적들이 남고, 그게 또 다른 지금이 되고, 그런 지금들이 앞으로 다가올 지금들에 반영이 되고. 그런 존재의 방식이랄까. 그런 게 아름다워요. 지금 저한테는.

살다보면 어떤 순간들, 아주 끔찍하거나 불행한 순간들을 당면할 수 있는 것일 텐데요. 그런 경우에도 지금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일들이 있는 거죠, 이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비록 긴 세월을 살아본 건 아니지만 저에게도 그런 일들이 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일어날 거예요. 그보다 더 비극적인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제가 지금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제가 자랑스럽고 뭔가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여태 남아 또 다른 지금을 맞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에요.

아무리 힘든 순간이라도 끝내 버티고 다시 한 번 지금을 사는 것. 지금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마도 그것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볼 가치가 있는 무엇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해보는 거죠.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이라는 말을 듣다보니 오래된 만화 대사 하나가 떠오르네요. 상준 씨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병장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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