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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신동효의 ‪Names of Beauty‬


전시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직접 작업하신 영상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감사드려요. 잘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작품을 보면서 궁금했던 건 이런 거였어요. 동효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건가요? 이런 작업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건 뭘까요?

(수첩을 꺼내며) 제가 예전에 써둔 걸 읽어봐도 될지 모르겠어요. 이건 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수첩 첫 장에 써놓은 글귀인데요. 딱히 시도 아니고 어쩌면 낙서 같은 거지만. 어쨌든 이게 제가 평상시에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생각이에요.

'아름다운 것들. 그것들은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변화하게 하고 마찰을 만들고 욕구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슬픈 것은 반짝반짝 빛을 내고 허무와 모순조차도 옹골차다.'

'변화하게 하고 욕구를 만'드는 것들이 곧 아름다움이라.

네. 사실 개인적으론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어디 있을까 싶긴 해요. 제게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들이거든요. 내게 영향을 주고 뭔가 하고 싶게 만드는 것들.

배울 점이 많은 사람도 그렇고, 때로는 제 친구 얼굴에 찍힌 점 같은 것도 아름다워요. 겉으로 추해보이는 것들도 그래요. 나를 이전과 같지 않은 상태로 만드는 것들이 제게는 바로 아름다움이에요.

그럼 동효 씨를 자극하는 모든 것이 전부 아름다움일 수 있나요? 이를테면 우리가 흔히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도요. 동효 씨 영상을 보면 양계장의 살풍경 같은 게 나오는데, 보통 생명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는 걸 보면 아름답기보단 일단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들게 마련인 거잖아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걸 불편하고 잔인하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겠죠. 아름다움이 주관적이라고 믿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그렇지만 세상에 마냥 추하고 더럽기만 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불편한 일들은 많죠. 나를 질투하게 만들고 파괴적으로 만드는 것들도 있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때가 있어요. 내 감정을 바꾸고 어떤 식으로든 저를 행동하게 하는 거죠.

그래서 세상이 더 나아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면서 무엇에 영향을 받고 반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하고 믿어보는 거예요.

말씀 감사합니다. 이 전시는 언제까지 진행하나요?

4월 8일까지예요. 성신여대 뒤편으로 여기 안암교회가 있고, 그 옆으로 이어지는 골목인데, 작품이 이렇게 거리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이 골목 자체가 하나의 전시장인 셈이에요.

* 자세한 전시 정보는 http://0haechae-ing0.tumblr.comhttps://www.facebook.com/haechae.ing에서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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