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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YIDA의 Names of Beauty



YIDA님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제게 아름다움이란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에요. 많이 고민해봤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아름답다’는 말을 붙일 만한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보통 우리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들, 이를테면 자연이라고 하면 그건 제게 웅장하고 경이로운 것이지 그것에 아름답다는 말은 섣불리 못 붙이겠어요.

아름답다는 건 엄밀히 얘기해서 예쁘고 근사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다르잖아요. 전 살면서 온갖 형용사를 사용해봤지만, 무엇을 보고 ‘아름답다’는 단어를 진심을 담아 내뱉은 적은 없어요. 흐드러지게 핀 꽃을 봤을 때 ‘와, 진짜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도 아름답다고 하기엔 어딘가 미약하고 모자란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러니 아름다움이란 저로서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무엇, 미지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아름다움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신 분을 뵙는 건 처음이에요.

(웃음) 글쎄요, 한 번쯤 뭐 느꼈을 수는 있겠죠. 그러나 지금 돌아보고 무엇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냐, 물었을 때 정말이지 마땅하게 느껴지는 대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가능하다면 저도 언젠가는 아름다움을 느껴보고도 싶어요. 그렇지만 만약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해도 아쉽진 않아요. 어차피 제게 아름다움은 저기 저 위에 있는, 말하자면 닿을 수 없는 무엇이니까요.

‘닿을 수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름다움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순수하게 불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존재는 하지만 제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를테면 제게도 취미가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그리기도 하고, 밤새 춤을 추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런 활동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겠죠. 그러나 전 생활의 활력을 느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물론 살아있다는 생생함을 느끼는 것은 좋은 일이죠. 다만 아름답다고 하기엔 그건 너무 세속의 일이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름다움은 제게 완벽하고 순수한 이상理想이에요. 조금이라도 때가 묻는다면 그건 이상이 아니고 일상日常이죠.

왜,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는 장면을 보면 꽤 감동이잖아요. 저도 한때는 그게 아름다움에 가장 가까운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그건 육아라는 지난한 과정의 단면일 뿐이잖아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아름다움은 박제된 이미지에서나 느낄 수 있는 무엇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름다움이 더 멀게만 느껴지는 거예요. 일상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너무 퍽퍽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꼭 아름다움이 없다고 해도 이미 좋은 것들은 여기저기에 놓여 있거든요. 그것들도 제대로 다 못 누리고 살고 있으니 아쉬울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새로 이사한 집도 마음에 들고 동네도 좋고 사실 좋은 건 주변에 많아요. 아름답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것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라고 하면 사실 막막해요. ‘그게 찾는다고 찾을 수는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일단 어디 있는지 모르고, 그걸 안다고 해도 살아있는 동안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YIDA님께 아름다움이란 순수하고 깨끗한,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이상같은 거군요?

맞아요.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민들레 솜털같은 뽀송뽀송한 무엇이려나요. 혹시 그려봐도 될까요? 제 머릿속의 아름다움을 시각하자면 이런 느낌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뿅’하고 떠올라서 ‘동동동동’ 떠다니는 것.

개인적으로 전 안정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사실 안정감이라는 건 어쨌든 불안정한 상태를 전제로 성립하는 거잖아요. 불안함을 느껴봤으니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아름다움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완전한 대립항도 없어요. 불쾌하고 추하고 미워하는 것들은 있지만요. 그런 의미에서도 아름다움은 일상과 거리가 먼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은 닿을 수 없는 거야’라고 했을 때 전 그게 비극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순수하고 이성적인 의미에서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죠. 플라톤이 말했던 ‘이데아’처럼 그냥 우리가 구현하거나 느낄 수 없는 거예요. 우리가 정말 동굴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의 좋은 것들이 있다면 동굴 밖의 무엇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히 괜찮은 삶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실제로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분들이 계시죠. 전 그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요. 설사 그게 완벽하고 순수한 의미에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해도 어쩌겠어요, 결국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정말이지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하고 순수한 의견이지 않을까 싶네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대화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누군가에게 마지막 말을 해야 한다면, 꼭 안아달라고 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울적한 마음이 들면 포근한 품이 고프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누굴 안아본지도 너무 오래됐네요. 하긴 요즘 같은 상황에는 악수도 어려운 거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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