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컬러테라피스트 장수린의 Names of Beauty


수린 씨는 언제 아름다움을 느끼시나요?

저는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요. 전시회를 간다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제게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운 걸 꼽으라면 역시 자연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실 더 큰 범위로는 우주도 많이 좋아해요. 제가 기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요새 좀 왜곡되는 것 같아서 자제하고 있거든요. (웃음) 스스로를 항상 지구에 발을 딛고 서서 우주에 몸을 담근 소우주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연과 교감하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명상하는 걸 즐겨요.

자연을 특별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연은 인간이 재현하려고 해도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그려내니까요. 길을 걷다 문득 하늘을 봐도 그렇고 나무들의 색이나 질감 같은 것들도 그렇고요. 제가 나무 만지는 걸 좋아하는데요. 나무에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면 수 백 년 동안 살아온 나무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느껴져요.

자연의 아름다움을 처음 인지했을 때는 십 년 전 호주에 있을 때였어요. 그때 하교한 후 집 테라스에서 노을을 보곤 했는데, 그때 자연의 색을 보고 처음으로 온 몸에 닭살이 돋았어요.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이로운 아름다움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때 그 아름다움을 잊은 채 살고 있었는데 최근 저의 도반(道伴)께서 캐나다에서 살던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 분도 하교 후 바닷가에서 보는 일몰이 좋았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 때 제가 잊고 있었던, 오래전에 보았던 그 황혼의 풍경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쳤어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잊혀졌던 저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잃어 버렸던 퍼즐 조각을 찾은 듯 감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린 씨께 아름다움에 대해 여쭙고 싶었던 건, 졸업전시회에서 본 작품 덕분이었어요.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마치 동양화 속 산맥처럼 형상을 드러낸 건물들이 인상적이었거든요.

그 작품의 이미지는 제가 체험한 명상의 공간 이에요. ‘장수린’이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키워드 3가지를 꼽으라면 명상을 빼놓을 수 없어요. 제가 그만큼 명상을 좋아하는데요. ‘명상’이라는 게 산 속에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고 해야만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항상 하고 있고, 이 순간에도 하고 있는데 의식하지 못하는 게 있잖아요. 바로 ‘호흡’이요. 그 호흡을 관찰하고 느껴보는 것이 명상이에요. 내가 오롯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바라보면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그 상태가 바로 ‘명상’인 것이죠.

저에게 옥상이라는 공간은 나와 하늘만이 존재하는 듯한 고요함을 주는 곳이에요. 그곳에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고 호흡이 부드러워지죠. 제가 명상과 옥상을 모두 좋아하는데, 옥상에서 하는 명상은 저에게 행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곳에서 명상을 마치고 눈을 뜨면 종종 새로운 공간에 들어선 느낌이 드는데요. 마음을 비움으로써 기존의 풍경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마음의 눈)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컬러테라피스트라, 사실 좀 생소한 단어이기는 하거든요.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컬러테라피(Color Therapy)는 ‘컬러’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색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에요. 우리가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각적 요소인데, 그 중에서도 색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해요. 우리의 기억은 ‘색’이라는 언어로 머릿속에 저장되게 돼요.

이런 이유 때문에 색에 호불호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어요. 만약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파란색 옷만 주구장창 입는다면, 파란색을 보고도 싫은 감정이 생길 수 있듯이 색은 우리의 감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색은 마음의 언어예요.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거든요.

수린 씨는 언제부터 색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사실 삶의 이유를 느끼지 못했어요. 의욕도 없었고요. 하루하루 죽어가듯이 살던 때에 어느 날 우연히 컬러테라피라는 걸 접하게 됐는데요. 그 이후로 많은 게 좋게 변화했어요.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을 자꾸 놓치거나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마음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거든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 내 마음의 평화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하면 세상도 점점 각박하게 보이게 되겠죠.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호흡하며 주변을 관찰 한다면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나를 즐겁게 해줘요. 결국 모든 건 나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내가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진다고 믿어요.

네,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대화를 마치면서 한 가지 더 여쭤보려고 해요. 만약 지금 당장 마지막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수린 씨는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일단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컬러테라피스트가 되고 나서 처음에는 도와주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이 사람을 살려야지’ 하면서 달려들기도 했는데요. 그게 억지로는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결국 스스로가 인생의 주체자로써 일어서려 할 때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결국 나에 대한 연민, 나를 사랑하는 마음-자애自愛 없이는 나를 행복하게 할 수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한다면 그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있다고, 모두가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고요.

* 컬러테라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장수린의 블로그로, 그녀가 속한 <루미나>에 대한 정보는 여기에서.

bottom of page